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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한동훈의 독대, 무엇이 그리도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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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尹이 달라졌다 평가 별로 없어

유연한 입장 갖고 당 요구 수용하는 모양새 취했어야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

尹-韓, 조속히 만나 산적 현안들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진종오 최고위원,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김민전 최고위원, 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인요한 최고위원, 김종혁 최고위원, 홍철호 정무수석. 뒷줄 왼쪽부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곽규택 수석대변인,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대통령실 제공

총선 전, 한 모임에서 전직 정무직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선거에서 모 야당을 찍을 거라고 말했다. 평소의 성향으로 보아 여당 지지자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는 ‘그래야 대통령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까지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여소야대가 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평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총선 전에는 4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 사이에서 움직이던 지지율이 총선 후에 30%대 초반으로 하락해 횡보하더니 지난달 후반부터는 20%대로 추락했다. 심지어 9월 둘째 주에는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인 27.0%를 찍었다(9월 셋째 주에는 30.3%로 반등했다).

더욱 참담한 것은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다. 한국갤럽에서 지난 10일~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 20%, 부정 평가 70%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이 20%라면 국정 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위험 단계라는 평가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긍정 35%, 부정 57%)과 보수층(긍정 38%, 부정 53%), 고연령층(70대 이상 긍정 37%, 부정 48%)에서 지지율이 급락해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높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주된 이유는, 대다수 국민들이 용산에서 민심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주요 원인도 이종섭 주 호주대사 임명, 의대 증원에 따른 혼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과 거부 등 민심과는 괴리된 용산발 사건들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여당 총선 패배 책임이 누구에게 가장 많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이 39.6%, 김 여사가 21.6%로 나타나는 등 61.2%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책임 11.8%). 심지어는 윤 대통령 지지층인 여당 지지자들까지도 대부분 윤 대통령 부부(43.4%)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한 전 위원장 책임 14.7%).

선거 당시에도 한 전 위원장이나 당 측에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묵살 당하고 말았다. 가정이지만, 당시 용산에서 좀 더 유연한 입장을 갖고 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더라면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도 총선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대표는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다가 사실상 거절당했다. 한 대표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동안 본인이 주장해 왔던 의대 증원과 김 여사 사과 문제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는 “별도로 추후에 협의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공식‧비공식적으로 소통하며 가장 긴밀하게 국정을 협의해야 할 여당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 거리가 되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참으로 비정상적이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민심을 솔직하게 전달하겠다는데 그런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한 윤 대통령. 독대 거부 의사를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는 등 한 대표를 따돌리려는 듯한 대통령실의 속 좁은 정치(8.30 예정됐던 만찬을 취소할 때도 그랬다). 총선 당시 김 여사 특검 문제로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던 전력 때문인지, 용산의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국정을 주도해야 할 정부‧여당이 이렇듯 분란에 싸이고 무기력한 상태는 국가나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간의 의례적인 만찬 후에 한 대표는 정무수석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다른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취지로 독대를 재요청했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어려운가. 아무쪼록 두 분이 하루속히 만나 산적한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난국의 돌파구를 찾아주기를 바란다.

ⓒ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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