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태블릿·TV 등 기기 전반을 ‘슬림화’하고 있다. 성능은 높이면서 얇고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조치다.
최근 얇은 두께를 강조하며 기술력을 과시 중인 중국 기업과 경쟁이 본격화 한 여파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모적 타이틀 경쟁보다는 완성도를 중시해왔다. 하지만 더이상 두께 경쟁에서도 뒤처져선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존심을 건 맞대응에 돌입했다.
25일 관련업계 에 따르면 폴더블폰 진입이 한발 늦은 중국 기업은 최근 갤럭시Z폴드6를 압도하는 얇은 두께의 제품을 잇따라 공개하며 삼성전자를 당황케 했다. 중국 아너는 7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9.2㎜)인 ‘매직 V3’를 선보였다. 샤오미도 두께 9.47㎜의 ‘믹스 폴드4’를 같은달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10월 중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6’의 슬림형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의 두께는 7월 내놓은 갤럭시Z폴드6(12.1㎜)보다 1㎜ 이상 줄어든 10㎜대일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 스크린은 6.5인치, 내부 스크린은 8인치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출시할 갤럭시S25 시리즈 역시 슬림화한다. 해외 IT매체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이 공개한 렌더링 영상을 보면 갤럭시S25의 두께는 전작(7.6㎜)보다 0.4㎜ 줄어든 7.2㎜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8㎜대 두께의 폴더블 스마트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부품과 소재까지 최대한 얇게 만들어 적용하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중국에 뺏긴 폴더블폰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플러스와 울트라 모델로 출시 예정인 태블릿 PC 신작 ‘갤럭시탭S10 시리즈’는 전작대비 두께와 무게가 각각 0.1㎜, 10g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주력 TV 라인인 ‘8K TV’에서도 화면 두께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2024년형 네오 QLED 8K는 8K TV 중 1월 공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12.9㎜ 스크린(QN900D 65인치 기준)을 적용해 슬림한 디자인을 갖췄다. 마치 TV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피니티 에어 디자인’도 심미적 효과를 높였다.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중국 하이센스는 ‘The Thinnest MINI-LED TV(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니 LED TV)’라는 수식어를 붙여 2024년형 ‘75UX’ TV를 전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삼성전자 8K TV보다 두꺼운 것으로 나타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삼성전자 한 고위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이 드러나기 전에는 자사 제품 두께가 가장 얇은 것으로 파악했을 수도 있다”며 “TV 두께를 0.1㎜라도 줄이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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