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캐피탈업권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여전히 업권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업계는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이 부동산PF 익스포저가 큰 회사들을 중점 모니터링에 올려놓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사들이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캐피탈업권도 신용도 하향 압박에 시달릴지 주목된다.
◇ 여전한 부동산PF 리스크 공포
고금리 시대가 저물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p(퍼센트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신호탄을 쏜 가운데 국내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조달비용 상승과 건전성 저하에 시달리던 제2금융권 금융사들이 이전보다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PF 관련 리스크에 짓눌려 있는 저축은행·캐피탈업 등 제2금융권은 여전히 걱정거리가 한가득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부동산PF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고금리 여파로 2년째 침체 국면에 빠져있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몇 달간 회복 기류가 형성됐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PF대출은 2013년 이후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1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135조6,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친 규모다. PF대출의 금융권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3.55%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중 브리지론 연체율은 10.14%까지 치솟았다. 경기 침체로 부실 사업장이 늘어난 여파다.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증권(17.57%), 저축은행(11.26%), 여신전문사(5.27%), 상호금융(3.1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캐피탈사들이 포함된 여신전문사는 증권과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낮다. 다만 회사별로 고위험 사업장을 갖고 있는 곳도 많아 시장의 우려를 사왔다.
여기에 지난 5월 정부가 사업장 평가 기준이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업권은 대손비용 부담도 증가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정책에 따라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높은 금융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및 건정성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2분기 손익과 연체율 악화가 나타난 곳이 속출했다. 캐피탈업권 역시, 이러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이에 신용평가업계에선 캐피탈업계의 수익성 및 건전성 저하에도 모티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23일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 후 신용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캐피탈사는 2022년 이후 높아진 조달비용과 자산건전성 저하 등으로 실적 저하압력을 받고 있다”며 “당사가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캐피탈사 중 부동산PF를 보유한 21개사의 합산 기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00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으로 살펴보아도 2022년 3조5,000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2023년 2.9조원으로 감소했으며, 2024년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축소된 이익규모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나신평은 “자산건전성은 2021년말 이후 요주의이하여신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2024년 6월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 및 고정이하여신 비율 모두 2021년말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수익성 저하폭이 시장의 우려대로는 양호한 수준으로 봤다. 다만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많은 일부 캐피털사들의 경우, 건전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향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나신평은 부동산 PF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어서는 8개 캐피털사 중 요주의여신 비율이 10%가 넘는 5개사(DB캐피탈, 메리츠캐피탈, 신한캐피탈, 한국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를 ‘중점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했다.
나신평 측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산업환경의 변화는 신용등급의 하향압력 차별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 수준과 부동산PF를 중심으로한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은, 캐피탈 업권 전체적으로는 감내할 수준일지라도 각 회사별로는 현재 신용등급을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캐피탈사의 경우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로서 자금조달이 시장 상황에 직접적으로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나 회사 신용도 변화에 따라 유동성 위험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다”며 “따라서 지속적인 손실 누적으로 자본완충력 저하가 나타나기 전에 위험요인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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