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풍속도에 자신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만드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모두의 풍속도’에 한복을 입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유산진흥원이 장애인도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올해 신규 모델을 도입한 것인데, 인권감수성이 떨어지는 현 정권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평이 나온다.
25일 X(옛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다수의 SNS 이용자들이 국가유산진흥원이 운영하는 ‘2024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행사 ‘모두의 풍속도’에 참여해 자신이 제작한 전통문화 캐릭터를 뽐내는 게시물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8만5000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궁중문화를 알리기 위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김홍도의 그림을 활용해 시민들이 조선 전통 복장을 입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공유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모두의 풍속도는 남성과 여성, 양반과 천민 등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시민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전통의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남성이 쓰는 갓과 여성이 입는 치마·저고리를 같이 착용할 수도 있다. 착용 복식에 대한 시대적 설명은 자세한 안내 페이지를 별도로 두어 차별 없이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2021년 시작해 4회차를 맞은 이번 행사에서는 한복을 입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유산진흥원은 지난해까지 비장애인 모델만을 제공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자신의 개성을 뽐낼 수 없었는데, 올해에는 휠체어를 탄 모델을 10여 종 제공해 참여자가 제작할 수 있는 캐릭터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모두의 풍속도는 현대 시민들에게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궁궐의 문턱을 낮추고자 기획한 콘텐츠”라며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풍속도의 한 인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으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 캐릭터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진흥원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 외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풍속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 모델을 도입해 양육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했으며, 시각장애인도 다른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구경할 수 있도록 SNS 공유 시 대체텍스트를 입력하는 방법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임에도 성별에 따라 복장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로는 “지금은 과거에 비해 성별 구분이 많이 줄어들었고, 성별에 대한 의미도 넓어졌다”며 “조선시대에는 여성의 복식, 남성의 복식이 있지만, 모두의 풍속도는 특정한 규정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보다 이용자가 자유로이 복식을 조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성별이나 장애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인권감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현 정부와 대비되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항문암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고,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의 차별적 발언을 이어온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여성, 장애인, 어린이 등에 대해 세심한 접근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다가가려는 노력이 느껴진다”며 “인권감수성이 떨어지는 현 정권에서도 사업이 끊김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도 “각자 자신의 모습 또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사회에서 잘 보여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드러나고 알려지면서 점점 더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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