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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현대인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비만율이 2013년 24.5%에서 2022년 32.5%까지 치솟았다. 성인 10명 중 3명은 비만이라는 얘기다. 치료제와 다이어트 비법이 끊임없이 등장했지만 ‘풍요의 부작용’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 다만 병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 치료의 시작이라면 최근 뇌 연구를 통해 비만 원인의 실마리를 찾은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주목을 끈다.
개런 도드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뇌 세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뇌의 식욕 조절 센터 역할을 하는 뉴런(신경세포)에 ‘끈적끈적한 물질(점액질)’이 쌓일수록 비만뿐 아니라 당뇨병이 악화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12주 동안 쥐에게 고지방·고당질 식단을 주고 조직 샘플을 채취해 뉴런과 유전자 활성화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 같은 식단으로 인해 뉴런 주변에 점액질이 단기간에 쌓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쥐들의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뇌에 직접 호르몬을 주사해도 시상하부 뉴런이 인슐린을 처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결국 고지방·고당질의 식단으로 뉴런 주변에 점액질이 쌓였고 뇌의 인슐린 처리 능력까지 막아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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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구진은 점액질 억제를 위해 ‘플루오로사민’이라는 분자를 쥐에게 주입한 뒤 체중이 줄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도드 교수는 신경세포 주변의 지지 구조(세포외 기질)을 대상으로 인슐린 저항성 치료를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을 검토한 킴벌리 얼론지 미국 워싱턴대 약학대학 교수는 세포 비계가 신진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질병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호르몬 신호를 조절한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질병 유발 요인들과 비교하는 한편 점액질과 플루오로사민 주입 등이 대사성 질환의 악화와 호전 등에 미칠 영향 등을 규명해나갈 예정이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팀도 앞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논문을 실었다. GLP-1이 식욕 회로를 건드린다는 것은 일찍이 알려졌지만 뇌의 어떤 부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적이 없었다.
최 교수팀은 처음으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약물의 신호를 받아 식욕을 억제하는 뉴런을 발견했다. 이들 뉴런이 GLP-1로 인해 음식을 인지하는 순간 포만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입증했다. 쥐에게도 인위적으로 해당 뉴런을 활성화시키자 먹는 행동을 바로 중단했다. 시상하부 위쪽에 있는 해당 뉴런은 GLP-1 유사 약물이 세포 표면에 달라붙으면 활성화돼 시상하부 아래쪽에 있는 식욕 촉진 뉴런으로 바로 신호를 보내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로는 음식을 보기만 해도 작동했다. 즉 해당 약물을 투여하면 음식을 먹기도 전에 식욕이 어느 정도 떨어진 상태가 돼 덜 먹게 되는 것이다. 음식 인지만으로도 포만감이 발생하는 뇌중추의 시상하부 기전을 규명해 비만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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