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완화 선호)인 신성환 위원이 9월 들어 주택가격 상승 모멘텀(momentum·동력)이 꺾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주택정책의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보고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은 이날 오전 한은 본관 다목적 컨퍼런스홀에서 ‘향후 통화정책 관련 주요 현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신 위원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2022년 7월 28일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후 처음이다.
◇ “집값 상승 모멘텀, 최근 들어 상당히 약해져”
신 위원은 9월 들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전주 대비)이 주춤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직접 추정한 ‘모멘텀 지수’를 제시하면서 이런 변화를 설명했다. 모멘텀 지수란 현재 주택가격 상승률이 특정기간 동안 집값의 평균 흐름과 비교해 얼마나 큰지를 본 것이다.
신 위원은 “집값이 꺾이는 게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 13주간 서울 주택가격을 보면 전주에 집값이 상승했을 때 다음 주에도 오르는 특성이 최근 들어 꺾였다. 26주를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 주 전보다 0.21% 오르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8월 셋째주(0.28%·-0.04%포인트)부터 3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둘째주(9일 기준)에 0.23%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5년 1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8월 둘째주(0.32%)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신 위원은 “이런 것들을 보면 주택 가격의 상승을 이끄는 모멘텀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다만 (상승 모멘텀 둔화의)아주 초기단계라 이것만 보고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아 조금 더 데이터를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난 비둘기…7월에 인하의견 내려했지만 집값올라 제동”
그는 집값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7월에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려했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아시다시피 저는 (금통위에서는)대표적인 비둘기”라면서 “이미 지난 얘기지만 지난 5월 말~6월 초까지만해도 7월에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월부터 집값 급등 신호가 오고, 그 흐름이 7월까지 이어져서 제동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비둘기인데 금리를 내리고 싶지 않았겠나”라면서 “그럼에도 (금융불안정)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어서 상당히 어렵지만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그래서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이 지나가게 됐다”고 했다.
신 위원은 다음 달 11일로 다가온 금통위에서도 금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9월에는 추석연휴가 껴 있어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주간 아파트 가격지수 등 수치들이 제대로된 집값 흐름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는 “9월 주택관련 자료에 상당히 노이즈(잡음)이 끼어있을 것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도 그렇다고 인지하고 있다”면서 “9월 수치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내수만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봤다. 신 위원은 “집값이 완전히 안정된 다음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이 녹록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둔화가 어느정도 되는 것을 보고, 금리 인하 필요성을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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