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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활 균형 중소기업 4100곳, 세무조사 유예해준다… ‘저출생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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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를 주제로 열린 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를 주제로 열린 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이 일과 생활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중소기업은 앞으로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 근무 제도를 확산시켜 출산 양육하기 좋은 근로 환경을 만들려는 정부 대책의 일환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겸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의 가족친화 경영,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 국회·경제계·금융계 주요 인사,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유연근무 확산되면 합계출산율 높아지는 효과

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대상은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을 받거나 고용노동부의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이다.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은 현재 5900곳이고, 이 중 중소기업은 4100곳이다.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은 매년 100곳 정도 선정되고 있고, 그 중 60~70곳이 중소기업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관련 세무조사도 유예해주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 부산시, 광주광역시, 대전시, 충북도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상 정책자금, 수출신용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근로자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 같은 유연근무를 더 많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임신·육아기 근로자에 대해서는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 등의 유연근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유럽 선진 산업국가를 분석해 “여성 고용이 아니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정도가 합계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연합(EU) 15국에서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25~49세 근로자 중 83.6%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6세 이하 자녀가 없는 여성 25~49세 근로자는 69.8%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한국에서는 자녀 유무에 관계 없이 이 비중이 25% 정도에 그친다.

정부는 불합리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는 단축근무, 반차 등으로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30분의 휴게 시간을 써야 한다. 퇴근이 늦어지는 셈이다. 앞으로는 근로자가 원하면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은 개방해 공무원·공기업 근로자 자녀와 지역 주민 자녀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청사에서 운영 중인 국립 직장어린이집 18곳은 정원 충족률에 여유가 있으면 지역 주민 등에게 개방할 수 있도록 10월 중에 관련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서울, 과천, 세종, 대전 정부청사 직장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은 68% 정도다.

감사원처럼 정부청사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기관 328곳, 공기업 등 공공기관 138곳이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도 개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 148곳은 지역 주민에게 개방을 추진한다.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상생형 직장어린이집을 건립하거나 기존 시설을 상생형으로 전환하면 설치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운영비 지원도 확대한다. 상생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기관은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 포상 등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현재 상생형 어린이집은 65곳으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자영업자, 플랫폼종사자, 특수고용·예술인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지원 범위와 방식,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이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하기 쉽도록 디자인협회,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진흥협회 등 직능별 협회·단체와 함께 인력 풀을 구성할 계획이다.

저고위는 지난 6월 19일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분야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고위 인식조사 결과 미혼 남녀 중 ‘결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대책 발표 전인 지난 3월 61.0%에서 발표 후인 이달에는 65.4%로 4.4%포인트 높아졌다. 자녀가 없는 남녀의 출산 의향도 같은 기간 32.6%에서 37.7%로 5.1%포인트 상승했다.

저고위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에도 저출생 3대 핵심 분야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2.2% 늘린 19조7000억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4~6월) 출생아 수가 5만6838명으로, 2015년 이후 8년 반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혼인 건수도 2분기 연속 증가했다”며 “7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출산율 반등의 불씨를 살린 만큼 이제는 확실히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동촌어린이집에서 포스코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자녀들이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이 어린이집은 포스코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자녀를 1대1로 받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조선DB
지난 3월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동촌어린이집에서 포스코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자녀들이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이 어린이집은 포스코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자녀를 1대1로 받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조선DB

◇’마녀공장’ 완전 자율 출퇴근제, 한화제약 생산 공장 주 4일제

이날 행사에서는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사례가 소개됐다. 화장품 제조 중견기업인 ‘마녀공장’은 필수 근무시간대(코어타임)가 없는 완전한 자율 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충분한 육아 시간을 확보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이직률은 2021년 46%에서 지난해 12%로 줄었다.

의약품 제조 중소기업 한화제약은 생산 공장에 주4일제를 도입했고, 수도권 근무 사무직·연구직은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하고 있다. 주4일제여도 공장 생산성이 하락하지 않았다. 자녀양육을 목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 중인 직원의 71%가 남성이다.

LG전자는 연간 최대 6일간 유급 난임치료휴가를 부여하고, 연간 최대 3개월의 난임치료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신기에는 법정 육아휴직과 별도로 6개월간 임신 휴직을 부여한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급여가 줄어들지 않는다.

포스코는 그룹사, 협력사 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등 총 190개 회사 직원 자녀도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2곳 운영 중이다. 전체 정원 중 50%를 협력사 직원 자녀로 채우는 게 원칙이다. 이곳에서는 원어민 영어교육도 제공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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