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이 살살 녹고 있었다.
25일 동아일보는 어업에 종사하는 한 60대 남성이 2005년부터 매년 같은 회사에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며 20년간 약 9,700만 원, 반올림하여 1억 원에 육박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1억 원이라는 돈을 체감해 보자. 1억 원이라고 하면, 6,900원짜리 빅맥 세트를 1만 4천 개 살 수 있는 금액이며, 유럽 한 달 여행 경비를 600만 원으로 잡을 시 16번이 가능하다. 1주당 63,300원(오늘)인 삼성전자 주식은 1,500주 정도 살 수 있다.
해당 남성이 이같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6개월 이상 근무 등 필수 조건만 충족하면, 횟수제한 없이 4∼9개월(120∼270일)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탄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남성처럼 같은 회사에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여러 차례 받은, 동일 사업장 반복수급자는 올해 1∼7월에만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직일 기준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으면 반복수급자로 분류되는데, 전체 반복수급자의 19.1%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수급이 일어날 시 사업주와 근로자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수급요건을 채우면 해고를 반복해 쌍방이 이득을 챙긴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악용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반복 수급 시 실업급여를 최대 50% 삭감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의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재취업 지원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추진하되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없도록 보완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실업급여 지급액은 3조 4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27억원(4.6%) 늘어난 규모다. 1분기 지급액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서규식 에디터 / kyusic.s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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