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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겨 봅시다” 의술 펴던 암치료 석학 60세에 창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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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현직 암병원 의사이면서 암환자 맞춤정보서비스를 창업한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사진=디앤라이프

116만명 vs 3분.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암 환자는 연간 100만명이 넘는다. 아산병원 암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 외래환자는 108만명, 입원환자 8만명으로 합계 116만명에 이른다. 환자 한 명당 한 번에 의사 진료를 보는 시간은 3분 남짓. 이 순간을 위해 지역의 환자들은 하루 전에 상경, 병원 근처에 숙박하기도 한다.

막상 병원을 나서면 가정에서나 일상생활중 암을 관리하거나 식이요법을 실천하기 쉽지않다.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는 “암은 병원 밖에 나오면 무의촌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무의촌’은 의사가 없어 의료혜택을 못받는 마을을 가리킨다. 첨단시설서 치료받은 암 환자도 병원에서 나오면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현직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종양내과 교수). 이 정보격차를 해결하려 진료실에 머물지 않고 창업에 나섰다.

“병원 밖은 무의촌”…정보격차 줄이자 다짐


‘암오케이’ 서비스 화면/사진=디앤라이프

디앤라이프의 서비스 ‘암오케이'(I’MOK)는 암 환자의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병기별, 치료여정별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환자나 가족은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 3가지 암종에 대한 일반적 자료 외에 자신의 병기에 맞춘 정보를 볼 수 있다. AI 챗봇과 1:1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한다. 어려운 의학용어로 가득한 검사결과지 해석을 돕고 신약 임상시험 소식도 알려준다. 김 대표를 포함, 암 전문 교수들이 작성·검수한 자료가 제공된다.

암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그리고 주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암 환자들을 각각 3분 이내 진료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고 봤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암에 대해 부정확한 주장이 많고 맞춤정보가 없어 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암오케이는 암 환자를 위한 디지털 네비게이터”라며 “서비스명은 ‘암 치료 오케이’와 ‘나는(I’m) 괜찮다’는 중의적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마케팅 없이 지난달까지 1500명이 ‘암오케이’에 가입했고 조만간 2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암 환자들이 정보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수치”라고 말했다.

디앤라이프가 축적한 의료데이터는 환자 동의를 기반으로 항암제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다. 이에 제약회사·보험사 등의 관심이 높다. 환자들이 직접 앱을 이용하는 B2C 외에 바이오·보험 등 다양한 파트너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도 확장 중이다. 지난 3일 하나생명과 암보험 가입자에게 의료콘텐츠를 제공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대장암 치료 권위자, 암에 안 걸리는 법 물었더니


디앤라이프 개요/그래픽=이지혜

김 대표는 지금도 환자를 진료하는 현직 종양내과 교수다. 평소 환자들에게 “이겨내보자”고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에게 암 예방법을 묻자 “대장암 등 생활습관에 크게 관련되는 병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예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담배, 미세먼지 등 발암물질에 노출돼 생기는 폐암 등은 개인적 노력 외에 환경개선 등 국가적·사회적 도움이 병행돼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전 암은 미리 잘 분석하면 예방 또는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2년 창업했다. 올해 예순(환갑)으로, 창업하기에 결코 적지않은 나이다. 그는 “스타트업에는 불확실성이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면서도 “젊은 분들은 선배들의 시행착오 경험을 전수 받으면 성공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의 정보격차를 줄이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솔루션을 목표로, 더 많은 암종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해외진출의 경우 제약회사의 신약과 디앤라이프의 임상치료 정보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등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방법을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일 대표(Q)와 김태원 대표(A) 문답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왼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 김성휘

Q. 의사이자 병원장으로서 창업은 쉽지않은 결심인데.

A. 현재 디앤라이프 대표이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종양내과 교수를 맡고 있다. 창업이유는 우선 종양내과 의료진들이 진료 현장에서 느낀 부족함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둘째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 암환자 케어를 바꿔보겠다는 구상이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과제에 선정되면서다.

Q. 서비스 운영의 주요 가치는.

A.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보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도 중요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데이터품질인증서도 받았다.

Q. 질병예방과 치료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A. 중국의 명의라는 편작은 의사 삼형제 중 셋째였다고 한다. 왕이 편작을 불러 ‘형제 중 누가 가장 명의인가’ 물었다. 편작은 “큰 형은 사람들이 병을 느끼기도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 사람들이 치료받은 줄도 모르게 한다. 따라서 큰 형이 최고”라고 답했다.

Q. 편작의 일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A. 미국 바이오기업 가던트헬스는 혈액으로 암을 진단한다. 대장 내시경 대신 혈액 검사로 암이 조기에 재발할지 알 수 있다. 2년 전 가던트 대표를 만나 ‘당신 회사가 편작의 큰 형같다’고 격려했다. 이걸 계기로 디앤라이프가 체계를 갖추기 전이었는데도 가던트와 협업해 매출을 올린 적이 있다.

Q. 적지않은 나이에 창업했다. 후배 의사 등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스타트업을 통해 ‘불확실성’을 견디고 ‘인내심’을 배우며 ‘관점의 변화’를 경험했다. 의사로서는 전통적인 연구 형태를 넘어 실용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도전의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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