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해도 괜찮지 않습니다. 범죄와 무관한 일상을 사찰당하는 삶은 고통스럽고 소름 돋습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방심위 직원이 류희림 위원장 및 실·국장들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사내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다. 게시물엔 해당 직원을 지지한다는 직원들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5년간 방심위에서 일한 A씨는 지난 23일 오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모두 아시다시피 9월10일 피의자로 특정돼 출근길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혼자 사는 저를 수색하기 위해 3명의 경찰이 새벽부터 집 앞으로 찾아왔다. 변호사의 조력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홀로 검은색 차 안에서 감금되다시피 수색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현관을 나설 때마다 경찰이 또 와있진 않은지 창문을 열어본다. 트집이 잡힐 때까지 추가 압수수색이나 강압조사를 진행하지 않을지 불안하다”면서 “무엇이 불법인가. 수십 수백만 개의 불법정보들은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며 방치되는데 압수수색에 동원된 40여 명의 경찰은 누구를 위한 사병인가. 기댈 곳이 없었던 외로움과 황망함이 꽤나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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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되자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 본질”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과 9월 방심위 사무처와 일부 직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피의자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위원회가, 실국장님들이 200여 명의 직원을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두 차례의 압수수색에 직원을 보호하긴커녕 경찰을 안내하는 이곳이 같은 공기를 마시며 미래를 도모하는 공동체가 맞는가”라며 “이 난리에도 화물엘리베이터를 호위해 (류 위원장의) 도주로를 확보해주고, 직원들을 강제동원해 들러리 세우고, 국회 불참 지시에 응하는, 이것이 진정 몇몇 선배님들이 생각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까라면 까야 하는’ 사회생활인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직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신속심의센터)로 발령됐다. 가짜뉴스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뉴스타파 심의 등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나왔던 센터에서 원치 않는 근무를 피할 수 없었다. A씨는 “하루하루가 가히 지옥이었다. 민원팀에서 이첩도 되지 않은 정치인 민원을 센터장이 전화로 먼저 인지하거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게시물엔 A씨를 지지한다는 직원들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한 직원은 “1년 동안 개인에 벌어진 수없이 불합리한 일들을 어떻게 홀로 감당할 수 있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했고 다른 직원은 “엉망진창인 회사에 일조하고 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 글을 보고 모두가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심위 사무처에 대한 압수수색은 두 차례 이뤄졌지만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 9월10일 압수수색이 이뤄졌을 때까지도 류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월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자체 판단을 내리지 않고 방심위로 사건을 송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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