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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민 90%가 댐 건설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관광시설을 유치하는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나오면서 반대위원회가 추진위로 바뀌었죠. 댐을 짓고 나니 홍수도 안나고 가뭄도 해결되서 좋아요.”
23일 찾은 경북 영천 화북면의 보현산댐. 잔잔한 댐 너머로 겹겹이 겹쳐진 산맥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냈다. 댐 수몰지역인 주민들이 이주해 살고 있는 ‘은하수 마을’은 평화롭고 아기자기했다.
2016년 준공된 보현산댐은 댐 건설과 지역 환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경북 영천시에 지원된 ‘댐주변지역 정비사업’을 통해 총 8개 사업에 283억 원이 투입됐다.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 이주단지 지원, 짚라인 설치, 수목 식재와 상수도 정비 등 지역 생산기반과 복지·공공 시설이 정비사업으로 확충됐다.
마을 인근 태양광발전소에서 만난 지역 주민 서동욱 씨와 조원제 씨는 댐 건설 계획이 처음 알려진 2009년 당시만 해도 댐 반대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현재는 댐 지역환원 사업으로 들어선 태양광발전소의 운영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2016년 보현댐 준공 이후엔 눈에 띄게 달라진 은하수 마을을 적극 홍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들도 처음엔 불안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서 씨는 “댐이 지어지면 화북면이 화남면에 흡수돼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다”며 “강우량이 적은 지역인데 2000만 톤 규모의 댐이 지어지면 어떻게 저수량을 채울지도 의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조 씨도 “영천 지역은 과일 농사 짓는 면적이 넓은데 댐을 짓게 되면 안개와 서리로 인해 농사에 피해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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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댐 건설 이후 농사는 더 잘됐고 우려했던 홍수도 나지 않았다.
조 씨는 “안개가 끼려면 댐 규모가 지금의 10배는 돼야 하더라”며 “지금 이곳엔 안개도 끼지 않고 농사에 미치는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서 씨도 “영천은 비가 잘 안 오는 곳인데 지금은 주민들이 물 걱정을 안 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좋아한다”고 웃어보엿다. 이어 “옛날엔 홍수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댐에서 차단이 되니까 홍수가 조절된다”며 “2년 전에 두 달 간 비가 안 온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가뭄 자체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진현 영천시 부시장은 “서울시의 16배에 달하는 영천 지역의 면적 중 10%에 과수가 심어져 있다”며 “올해는 비가 굉장히 많이 왔는데도 홍수가 나질 않았고, 농업용수도 안정적으로 공급돼 기후변화 대응과 농업 생산량 증대, 하류 지역의 홍수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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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댐 건설 추진에 동의할 수 있게 된 데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된 덕이 컸다. 주민들도 댐을 짓는 것이 지역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보현산댐 주변지역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태양광발전소의 지난해 매출은 9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은 매년 가구당 50만 원씩 화북면 17개리 1000여 가구에 배분되며 인근 초·중학교 장학금 등 복지 지원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짚와이어와 출렁다리, 캠핑장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통한 출렁다리에는 올해 8월까지 1년 간 총 60만 명이 다녀갔다.
영천 지역에는 일회성으로 지원된 정비사업 외에 매년 지속적으로 주민들에게 배분되는 ‘지원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용수판매수익을 통해 마련한 기금을 통해 매년 5억 원 규모의 주민생활지원사업, 육영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손민석 수자원공사 보현산댐지사장은 “태양광발전소와 도로 확충 등 사업을 통해 댐 건설 이후 주민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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