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과 야놀자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비대면 식당 주문 시스템인 테이블오더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시급이 1만원이 넘는 등 외식업계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본 것이다.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은 스타트업과 통신사들이 선점한 상태다. 배민과 야놀자가 후발주자로 나선 ‘식탁 위 플랫폼 전쟁’의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테이블오더 서비스 ‘배민오더’를 오는 25일 공식 출시한다. 현재 배민은 음식점 업주들로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배민오더는 주문용 태블릿 한 대당 월 1만8000원의 대여 비용을 업주에 부과한다. 기존 배민 앱에서 사용한 배민상품권·쿠폰을 연동해서 결제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포인트를 오프라인에서 결제하고 적립할 수 있는 시스템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야놀자 산하 F&B(식음료) 솔루션 전문 기업 야놀자에프앤비도 테이블오더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 모바일 주문 솔루션 ‘ya(야)오더’를 선보였다. 야오더는 지난해 11월 픽업 서비스로 출시됐지만, 야놀자에프앤비는 QR코드를 읽도록 해 직접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연동·확장했다. 야놀자는 주문용 태블릿 대여비 대신 주문당 매출액의 0.9%를 수수료로 받을 예정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이 출사표를 던진 건 테이블오더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출혈 경쟁이 계속되는 배달·숙박업계가 아닌 새로운 시장 진출 노력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이블오더 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로 보면 2027년까지 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배민·야놀자의 신사업 고민을 해결할 돌파구인 셈”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 사용 비율은 2018년 0.9%에서 지난해 7.8%로 높아졌다.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테이블오더는 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다양한 업권의 기업들은 이미 테이블오더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통신사인 KT는 지난해 ‘하이오더’를 출시해 자사 인터넷·와이파이로 서비스를 연계했다. 지난 3월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토스오더’를 출시해 토스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 티오더, 테이블오더 시장 60% 점유… “경쟁 통한 혁신 기대”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은 스타트업 티오더가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9년 1월 출시된 티오더는 올해 1월 누적 결제액 4조원을 돌파한 뒤 이달 6조9000억원을 넘은 상태다. 미국·스페인·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테이블오더 시장에 지형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배민 앱을 쓰고 있는 음식점이 대다수라 배민오더 도입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노하우나 기반은 무시하지 못한다. 시장 지형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경쟁을 통한 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60% 점유율은 사실상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건데, 새로운 경쟁자가 둘이나 들어왔으니, 경쟁을 통한 혁신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비스 가격 결정권이 플랫폼 업체에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소상공인 등은 선택권이 잠식될 수도 있다”며 “이들의 시장 진출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 모두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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