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회장의 배우자 이미란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방용훈 전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이씨의 친정 식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앞서 고소인들(방 전 회장과 그의 자녀 2명)은 이씨의 형부인 김영수씨(피의자)가 이씨 사망 관련해 여러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방 전 회장 일가가 경찰과 유착돼 있고, 방 전 회장 일가가 이미란씨 사망 관련 주변 사람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씨는 금전 문제로 남편인 방 전 회장에게 학대를 당했고 지하실에 감금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016년 9월 한강에 투신했다. 방 전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21년 2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김영수씨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이유서를 보면 고소인들은 김씨가 지난 2019년 3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방용훈 부인 유족 “2016년 사망 직후 청와대서 연락”」에서 “처제가 사망한 직후인 2016년 9월 청와대 쪽 정보기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게 조심하라는 취지였다. ‘존속상해는 대통령 관심 사안이다. 방용훈씨가 당신에게 보복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는 첩보가 있다’는 이야기였다”라고 한 부분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의자의 처 이미경씨(이미란씨 언니)는 2016년 12월26일 고소인들의 가사도우미였던 안아무개씨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안씨에게 ‘물론 저한테도 건너서 들어와요. 사람을 시켜 진짜 가만두지 않겠다 하는데 만약에 저한테 또 그런 일을 했다가는’이라고 말한 사실은 피의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또 안씨가 이미란씨 자살 후인 2016년 9월7일경 이미경씨에게 “고소인 방아무개씨(방용훈의 딸)가 더 힘들게 하네요. 저 소개해준 사람한테 전화해서 저 입조심하라고 안 하면 가만 안둔다 하더래요”라고 하고, 고소인 방씨는 “안씨를 소개해준 업체와 연락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해 안씨 진술을 일부 뒷받침한다고 했다.
안씨는 2016년 10월14일 이미경씨를 만나 ‘고소인 방 전 회장과 방씨(방용훈 아들)가 안씨의 퇴직일에 “입조심하라”고 하며 입조심하지 않으면 위해를 가하겠다고 했고 고소인들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2016년 12월26일 경 다시 이미경씨에게 ‘고소인들인 나에게 “내가 잘못하는 것 때문에 내 아들까지 잘못되게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 외에도 이미란씨 유서, 방 전 회장의 자녀들이 안씨와 나눈 대화 등을 토대로 검찰은 “발언 내용 중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나 일부 과장된 내용이 섞여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피의자의 발언이 허위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소인들은 지난 2019년 3월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뉴스공장)’에서 김씨가 한 발언도 허위라며 문제 삼았다. 김씨는 고소인 측이 이미란씨 상처가 고인의 언니(이미경)가 입힌 거라고 주장했다가 당시 이미경씨가 해외에 있었다고 하자 ‘구급차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을 바꿨다고 뉴스공장에서 발언했다. 또 ‘(방용훈 일가) 집에 금고가 있었고 비자금인지 구권 만원짜리로 50억 원이 있었는데 그 돈이 없어졌고 처제(이미란)가 누명을 뒤집어써 가족들이 처제를 괴롭혔다’고 했다.
검찰은 “이미란의 가족 중 일부가 금고 속 현금을 가져간 사람으로 이미란을 의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현금을 가져간 사람이 이미란임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누명을 썼다’는 피의자 주장이 사실과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5월3일 집 2층 침실 안쪽 금고에 보관돼 있던 1억8000만 원 상당이 없어졌고 경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금고에서 없어진 금액이 과장됐고 그 금액이 피의자(김영수)와 이미경이 횡령했다고 의심받는 50억원과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가 ‘이미란이 50억을 훔쳤다고 누명을 썼다’고 발언한 것이 이미란이 처한 입장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제시한 걸 넘어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또한 고소인들은 김씨가 2019년 3월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 집에서 어떤 다른 사람을 정신과 증세로 몰아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강제 격리시킨 일이 있는 걸 저도 알고 있다” 등의 발언도 했는데 고소인들은 이 역시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란의 유서에 ‘사망한 시어머니처럼 밖에서 지내게 될까 두렵다’는 대목이 있고, 피의자가 이미란 역시 강제격리됐을 거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그 외에도 별건 수사에서 고소인 집안에서 정신과 치료가 있었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또 검찰은 가사도우미 안씨가 “고소인 방씨(딸) 등이 이미란을 강제로 사설구급차에 태우려고 할 때 자신이 이미란에게 ‘녹음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미란이 휴대전화로 고소인 방씨 등의 말을 녹음했더니 고소인 방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화장실에 던져버렸다”는 등의 주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21일 한겨레TV 유튜브 ‘논설위원 직격인터뷰’ 발언도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하지 않았다. 김씨는 당시 “검찰, 경찰에서 지금처럼 무리하게 은폐·축소하는 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그런 움직임은 저희가 감지했다. (고소인들은) 용산경찰서를 자기네 뭐 마당으로 알고 있죠. 계속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데 용산서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승진도 하고 그런 사람이 있다. 존속살인이죠. 어머니가 없어져야 되겠다는 동기가 분명히 있고, 엄마가 나가서 죽어야 된다는 얘기도 계속 했었고, 유서에 니들이 이래서 내가 자살한다고 써있었고, 그래서 경찰에서는 공동존속살인을 공동존속상해로 바꿨죠. 그래서 저는 감히 조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고소인들은 이를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로서는 고소인들과 일부 경찰관들과 유착관계를 의심할만한 상황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경찰관들이 고소인들로부터 유무형의 이익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단(미루어 판단)해 이를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승진도 하고’와 같이 과장해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피의자의 언행이 일부 구체적 부분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는 등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넘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방용훈과 고소인 방씨(아들)가 2016년 11월1일 김영수씨 주거지에 침입한 사건에 대한 판결내용도 함께 불기소 이유서에 기재했다. 서울용산경찰서 소속 이아무개 경찰관은 다른 경찰관 참여 없이 고소인 방용훈을 조사했음에도 다른 참여자가 있었던 것처럼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제출해 2022년 5월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씨 입장에서는 고소인 측과 경찰의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존속살인인데 경찰이 존속상해로 바꾼 것이 조작’이라는 김씨 발언에 대해 검찰은 “피의자의 의견 표명에 불과해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2019년 6월6일 김용민TV 유튜브 ‘관훈라이트’에 출연해 “제 처제(이미란)가 세상을 하직했다. 시신이 발견되고 관할서가 고양서인데 가서 애들이 난동을 피웠다고 하더라” “자기 엄마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진단서를 쓰라는 거에요” “경찰이 익사한 시체를 보고 우울증으로 돌아가셨는지 어떻게 알아요. 근데 애들이 우리 엄마는 자해했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소인들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피의자 김씨를 포함한 이미란 친정식구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변사사건 수사 결과 투신자살 이유 중 하나로 우울증을 적시하자 당시 피의자가 취득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토대로 이미란 자살 이유·변사 사건 수사 결과 등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이를 오인했거나 피의자의 의견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이러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변사사건 내사결과보고에 따르면 고소인 등 유족이 이미란 우울증에 대해 진술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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