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를 두고 양측이 독대 사실을 언론에 누설한 책임 공방을 벌였다. 동아일보는 “한가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독대 무산의 배경에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한 대표가 얘기하려 했다는 게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해 시급한 현안인 의대 증원 갈등 해법도 마련하지 못한채 빈손 회동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윤 대통령 한동훈 요청 독대 거부, 신경전에 민심 외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협의하겠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다른 관계자가 통화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독대하는 건 언제든 자연스러운 건데 꼭 한 대표가 시한을 내일로 정했다고 해서 내일 당장 대통령이 임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한동훈 대표는 50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꼭 (독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 「한동훈 요청한 독대, 尹은 거부 ‘신경전’」에서 “의정 갈등이 날로 고조돼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현재 권력과 여권의 미래 권력이 신경전을 벌이다 민심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용산은 독대 거부, 韓은 3자 만남 거부…커지는 ‘빈손 회동’ 우려」와 3면 기사 「용산 “만찬, 담판돼선 곤란” 한측 “김 여사 논의 피하려 하나”」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독대가 무산되고, 곧이어 여당 대표가 ‘신속한 독대’를 요청하는 등 양측에 냉기류가 흐르자 정치권에서는 “윤-한(尹-韓) 갈등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신문은 “잇따른 당정 파열음에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남이 ‘빈손 회동’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요구하려한 게 독대 무산 이유? 언론에 사전 공개탓?
독대무산의 배경이 김 여사 문제 논의라는 분석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1면 「대통령실, 韓의 ‘尹 독대 요청’ 사실상 거부」에서 “행사 성격과 빠듯한 대통령 일정 등이 독대 무산의 표면적인 이유지만 한 대표가 독대 요청을 하며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려 한 것이 무산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신경전 양상을 빚은 것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라며 대통령실이 “공식 라인을 통한 사전 협의가 없었고 독대가 사전에 공개되는 게 어디 있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독대 자리에서 언급하겠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통해 전달한 것이 독대 무산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이 독대 거부를 공개한 뒤 한 대표는 24일 만찬 참석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의정 갈등을 풀어내야 할 당정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책임 방기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독대 요청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흘린 것에 무게를 뒀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尹대통령, 오늘 與지도부와 만찬… 한동훈과 독대는 성사 힘들 듯」에서 “윤 대통령이 귀국 전용기를 타고 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21일 밤) 알려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 일각에선 해당 보도가 한 대표 측이 윤 대통령의 독대 수용을 압박하려고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의제와 형식 모두 부적절하기 때문에 독대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도 3면 기사 「대통령실, 한동훈 독대 거부…“언론에 대고 요청, 이상하지 않나”」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대라는 건 긴요하게 단둘이 할 얘기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언론에 대고 독대를 요청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뤄 현장에서 한 대표와 짧은 일대일 즉석 면담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독대 무산을 두고 한 대표에 대해서는 “반복되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 취약한 여권 내 입지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당초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과 김 여사 문제 등 ‘난제’를 풀 단초를 찾겠다는 구상이었으나 대통령실이 한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 문제 해결의 ‘중재자’를 자처한 한 대표의 역할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정 지지율이 고전하는 가운데, 24일 만찬마저 ‘빈손 회동’으로 끝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봤다.
윤-한 신경전 동아일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중앙일보 “용산 태도도 전근대적”
동아일보는 사설 「“독대 요청” “누설” 신경전… 尹-韓, 답답한건지 한가한건지」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의 설왕설래는 한가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충분한 사전 조율도 없이 독대를 요청했다는 내용부터 언론에 흘리는 한 대표 측이나 그런 보도에 당장 불쾌한 반응부터 나타내는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국정을 책임진 여권의 두 축이 맞는지 의구심부터 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가뜩이나 산더미처럼 쌓인 난제 속에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갈등부터 노출하는 한심한 모습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두 사람 간 감정적 앙금이 크다 해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가 그렇게 어렵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소통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근저에는 두 사람 관계가 바닥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양측 모두의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당장 의정 갈등으로 국민 고통이 장기화하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이반된 민심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로선 용산과의 정치적 차별화를 꾀하려는, 윤 대통령으로선 그런 이를 키워줄 일은 안 한다는 심산이 아닌가 하고 서로를 의심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지지율 바닥 정권이 ‘윤·한 독대’ 신경전 벌일 때인가」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따로 만나 얘기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고 난해한 일인가”라며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설사 윤한 두 사람의 개인적 앙금이 남아 있다고 해도 국정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둔다면 실망한 민심을 되돌리기란 그만큼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의 이미지 정치 논란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독대를 마치 ‘제왕의 시혜’ 베풀 듯 접근하는 용산의 태도는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시대와는 거꾸로 과거 박정희·전두환 식 청와대 통치 모델로 회귀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에 성난 민심 전하고 답 찾아야」에서 “국정 난맥에 화나고 불안한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이번 회동의 무거움을 대통령실이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면서 “한 대표는 독대 여부에 상관없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성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 독단·불통의 국정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국정 논의를 우선해야 할 대통령과 여당 대표 회동을 감정 다툼으로 소비할 만큼 국정 상황이 한가한지 대통령실 인식에 어이가 없다”며 “야당도 아닌 여당 대표 독대조차 수용 못할 정도로 옹졸하고 아집에 차 있는 건가. 그러니 국민이 신뢰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종호 검찰 수사 개시후 김건희 여사와 휴대폰 연락 주고받아
한국일보는 1면 「“김 여사 결혼 후 연락 안 했다”던 이종호… 도이치 수사 착수 후 40회 통화기록」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 사건 검찰 수사 개시(2020년) 직후 김건희 여사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휴대폰과 김 여사 휴대폰 사이에 2020년 9~10월 약 40회 연락이 오고간 통신 내역을 확인했다고 썼다. 이때는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거듭하던 시점으로, 검찰이 고발장 접수 5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수사를 시작한 때와 겹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첫 전화는 고발인 조사를 예고하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인 9월 23일 김 여사 연락처로 먼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주일간 36차례 통화와 문자가 오갔다고 한다. 검찰 대상 국정감사 전인 10월5일과 6일에 세 차례,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 다음 날인 10월20일에 한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수사 받게 돼
잇단 공천개입 의혹 보도로 김건희 여사가 결국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경향신문은 3면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수사받는다···시민단체, 대통령 부부 고발」에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23일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사세행은 “윤 대통령 부부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의 부정한 청탁을 받아 윤석열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부터 재보선을 위한 공천업무에 함부로 개입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연고도 없던 창원에 공천해서 당선시켰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의원과 명씨도 마찬가지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공수처도 수사의지를 내비쳤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통신 조회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수사를 촉구하자 오동운 공수처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지켜봐 왔는데,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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