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고려아연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 공세에 맞대응한다.
최근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에 나서면서 양측간 연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군 확보에 나선 고려아연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며 우호 세력 확장에 더욱 힘을 기울일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기술 인력 등이 나설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우군 확보에 집중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우호 세력 확장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적극 밝히며 영풍·MBK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대한 정당성을 알려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우군 확보 행보에 나섰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출장을 통해 현지 협력사 등 글로벌 기업들과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재무 담당 임원 등과 글로벌 투자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2022년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업체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고려아연 역시 5000만달러(600억원)를 투자하며 양사가 인연을 맺기도 했다.
더불어 최 회장은 일본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 만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우군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한화, 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최씨 일가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다. 최 회장은 우선 추석 연휴 직후 김동관 부회장과 회동했다. 고려아연 지분 7.76%를 보유한 한화그룹은 수소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 지역사회, 정치권 등이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려아연은 우군 확보를 통해 조만간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며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회장은 9월 19일 계열사·협력사 임직원 서한을 통해 “추석 연휴였지만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며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냈고 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우군 확보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이 접촉한 기업들이 알려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투자 협의는 통상 비밀유지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들 기업이 대항공개매수 지원군으로 알려지는 것이 주식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력을 논의하는 기업을 공개해 시장에 경영권 방어에 대한 기대를 높여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66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가를 관리하는 차원이란 해석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주가는 9월 23일 종가 기준 72만3000원이다. 이는 영풍·MBK가 공개매수에 나선 9월 13일 종가 기준 66만6000원 대비 8.6% 상승한 가격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는 건 ‘배임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일본 스미토모 등 원자재 공급·협력업체들이 고려아연 지분을 매수할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이 반대 급부로 혜택을 원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피해를 주는 거래가 되면 최 회장이 배임 혐의에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9월 2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히며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지 결코 고려아연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그동안 최 회장을 둘러싼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의혹,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의 고가 인수 의혹 등을 재차 거론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고 고려아연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배권을 강화할 필요를 절감했다”며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약탈적 M&A’가 전혀 아닌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와 경영권 정상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도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MBK의 우려에 힘을 실었다. 스마트카르마는 최근 리서치 노트를 내고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와 수익성 악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MBK파트너스의 3가지 우려들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9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투자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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