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대형 LCD 공장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를 선정한데 이어 중국 스카이워스가 보유했던 광저우공장 지분 10% 매입도 마쳤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LCD·OLED 고객사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초조한 심정이다. CSOT로 매각이 확정된 이후 LCD 패널 공급선이 좁혀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 CSOT·HKC와 대만 샤프 등 주로 중화권 업체에 패널을 공급받았다. 동시에 LG디스플레이에도 LCD 패널을 공급받으며 열위한 협상 지위를 상쇄해왔다.
CSOT가 월 20만장쯤의 광저우 공장 매입을 마치면 LCD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SOT는 2023년 면적 기준 세계 LCD 시장점유율 17.7%를 차지해 1위 BOE(27.2%)에 뒤졌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를 인수해 20% 중반대가 넘는 점유율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없는 LCD 시장을 앞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SOT로 공급망을 너무 의존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4월 HKC를 방문한 것 역시 LCD 공급망 정비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LCD 공장을 CSOT에 매각하며 10.16%의 지분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특허 분쟁을 진행 중일 만큼 배타적이다.
이같은 영향에 삼성전자가 BOE로부터 공급받는 LCD 패널 물량도 점차 줄었다. 하지만 CSOT의 LG디스플레이 LCD 공장 인수는 삼성전자가 BOE로부터 다시 LCD 수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할 수 있을 정도의 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중국 CSOT와 BOE, 대만 HKC 간 공급 경쟁을 최대한 유도하는 협상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에 TV용 OLED 패널 매입량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회사 LG디스플레이에 더이상 TV용 LCD 패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인수업체인 CSOT는 물론 기존 공급사인 BOE, HKC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여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번 매각이 2조원쯤의 재무구조 개선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TV용 OLED 패널 공급량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스카이워스 공시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순자산가치는 97억8400만위안(1조8400억원)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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