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생명공학과 교수팀 연구
스페이스X 재보급 미션에 인공심장 실어 우주로 보내
심장 수축력 3배 빨리 감소…미토콘드리아 손상 유발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로 지낼 경우 심장 근육 및 기능이 지구에서보다 세 배 이상 빠르게 노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심장을 우주정거장에 보내 관찰한 결과다.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장 기능 노화의 비밀까지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덕호 교수가 이끄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생명공학과 연구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인공심장칩을 통해 발견한 우주 비행에 따른 심장 근육 수축 및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Spaceflight- induced contractile and mitochondrial dysfunction in an automated heart- on- a- chip platform)’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수행한 우주정거장 화물 재보급 미션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8개의 ‘인공심장칩(Heart-on-a-chip)’을 보냈다. 인공심장칩은 인간의 심장 조직을 모방한 플랫폼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우주 환경에서 30일간 심장 근육의 기능과 해당 조직 미토콘드리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30분마다 10초간의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심장 수축력과 심장박동 패턴을 확인했다.
관찰 결과 심장 기능은 우주 환경에서 전반적으로 손상됐으며, 이는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장 기능 저하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동안 심장 조직의 수축력이 크게 감소했다. 지구에서는 30일 동안 3.93μN(마이크로뉴턴) 감소한 심장 수축력이 우주정거장에서는 12.5μN 감소했다. 지구에서보다 우주정거장에서의 심장 수축력이 3.35배 빨리 감소한 것. 이렇게 감소한 심장 수축력은 지구 귀환 후에도 일부 회복되지 않았다.
우주정거장의 낮은 중력 상태와 우주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도 발생했다. 지구에서의 인공심장칩 내 심장 조직은 1초에 한 번 뛰었는데, 우주정거장에 있던 심장 조직의 심장박동 간격은 약 다섯배 더 길어졌다.
우주 비행 후 심장 근육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도 손상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낮은 중력 상태에 머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부풀어오르고 파편화되면서 심장 기능에 악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가 우주비행사의 심장 손상을 예방 및 완화할 방법을 찾을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우주에서의 심장 손상이 심장 노화와 유사하다는 점을 활용해 노화 관련 심혈관 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정거장에 보낸 인공심장칩을 심장 노화 모델로 활용하면 노화 관련 질병 진행 과정을 약 3배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현재 우주정거장에 인공심장칩을 다시 보내 낮은 중력 상태에서 심장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을 선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해당 약은 나이 든 사람도 심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덕호 교수는 “한국에 우주청이 신설되고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진로를 탐색하는 한국 청소년의 기초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기초 과학) 기피 현상을 방지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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