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만찬 직전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를 거절할 경우 ‘당정 갈등’이 다시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공공연히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이를 두고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 한다”고 비판했고, 친한(친한동훈)계는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23일 당정 만찬을 하루 앞둔 가운데 독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졌지만 결국 대통령실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결렬됐다. 만찬이 결정되며 ‘의정 갈등’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며 당정 간 갈등 해소 국면이 만들어지는가 싶던 차에 다시 갈등설이 극대화된 것이다. 여당 내부에선 실질적인 소통이 되지 않는 당정 관계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언론 플레이’ vs ‘본질 호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보도로 공개된 것이 이런 입장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물음엔 “언론에 나온 부분은 당정 간 불협화음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협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언론보도는 지난 21일 오후 한 방송사의 단독 보도로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를 한 대표 측에서 흘린 것으로 보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 지도부와의 만찬 앞뒤로 자연스럽게 독대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데도 독대 요청을 공개한 게 ‘압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전날(22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독대 요청을 단독 기사로 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 온 동네에 광고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러 종류의 정치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직격했다. 이어 “한 대표의 단독 보도 언론 플레이만 자제해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 중진이자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두터운 TK(대구・경북)의 지자체장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한 대표의 ‘독대 요청’ 공개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그냥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매우 걱정된다”며 “독대보다 신뢰 관계 회복이 우선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친한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누가 ‘(독대 요청을)흘렸느냐 안 흘렸느냐’는 말이 중심이 되면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 만남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의정갈등을 대통령 뜻대로 가겠다는 ‘마이웨이’로 보인다”고 일침했다. 이어 “모여 앉아서 밥 먹으면서 웃고 액션 취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한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이날 통화에서 “형식이 실질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추진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윤-한 독대’ 등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시한 ‘이미지’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용산의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용산도 당연히 문제다. 국민들이 느끼기에 이런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속 좁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윤-한 관계가 윈윈(win-win)으로 가야 하는데 루즈(lose)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대, 연찬회 참석 여부 등 이런 문제로 싸우는 것은 국민께 참 부끄러운 일”이라며 “보수층에서 ‘탄핵’에 대한 위기의식이 올라오는 판국에 용산도 한 대표도 지혜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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