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배춧값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절반 가까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할인 지원을 이어가며 기온 하락으로 공급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9321원으로, 9000원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 물량을 대거 풀었지만, 가격 하락은 일시적이었다. 추석 직전 6400원대까지 내려갔던 가격은 다시 반등했다.
배추 가격은 전월 대비 28.6%, 전년 대비 50% 오르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치 겉절이용으로 많이 쓰이는 알배기 배추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해 이날 기준 포기당 585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월 대비 18.2%, 전년 대비 30.5% 높은 가격이다.
김장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가구는 김장 양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배춧값이 오르면서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는 완제품 김치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완제품 김치 가격도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을배추는 보통 8월 말에서 9월 중순 사이에 심고 10월 중순에서 11월 말 사이에 수확하는데, 이 과정에는 약 70~90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올해는 재배 면적 감소와 여름철 폭염, 가뭄 등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무 소매 가격은 개당 3921원으로 지난해보다 68.8% 올랐고, 평년보다는 59.9% 상승했다. 무도 재배 면적 감소로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석을 대비해 성수품 대책을 내놨는데도 배추·무 가격은 오히려 오른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추석 3주간 배추·무 공급을 1만2000t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상시 공급과 비교하면 각각 2.9배, 1.8배 많은 수준이다. 추석 5일 전인 지난 12일 이미 공급계획량을 초과해 1만3200t(110%)을 공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격 강세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농경연은 9~10월 배추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2.0%,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을배추는 10월 중순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전까지 여름 배추 물량은 계속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작황이 좋았던 노지 봄배추 저장 물량도 이달 말이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 저장 물량은 추석 성수품 대책 기간 동안 전부 소진한 상태다.
가을배추 전망도 밝지 않다. 농경연은 올해 가을배추 재배 면적도 1년 전과 비교해 2.1% 줄어들고, 생산량은 4.3%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을 일반 무의 재배 면적도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5133㏊로 전망했다.
정부는 배추와 무 가격이 잡히지 않는 만큼 다음 달 2일까지 할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 등에서 배추와 무를 포함한 15개 품목에 대해 최대 40%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 다만, 시중에 판매 중인 배추와 무 등 채소류는 판매처별로 할인율이 달라 가격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기온 하락이 이뤄지면 작황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을배추는 여름 배추와 달리 전국에서 재배되며, 8월 중순과 하순 고온과 가뭄으로 고사된 개체는 다시 심기를 완료했다”며 “기상 변수만 없으면 수급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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