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함평 모악산 꽃무릇 축제와 제24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꽃 없는 꽃 축제’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관광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제25회 함평 모악산 꽃무릇 축제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4일 동안 용천사 꽃무릇 공원 일원에서 개최된 가운데 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축제 시기를 정해 25회째 하고 있는 꽃 축제의 명성에 ‘꽃 없는 꽃 축제’라는 오점을 남기며 폐막했다.
함평군 축제담당자는 “해마다 추석 전후로 해서 꽃이 개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날짜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이상고온으로 꽃이 피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축제 예산은 3억 원 책정됐으며, 관광객들은 4일 동안 2만 3000여 명이 다녀갔다”라고 말했다.
또한, 함평군청은 이번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 성공적인 행사가 어떤 기준인지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열리고 있는 제24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 역시 꽃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유서 깊은 축제가 빛이 바래고 있다.
영광군청 축제 담당 팀장은 “축제 시기는 축제추진위에서 정하고 있다. 축제 전체예산은 11억 1000만 원이며, 보조금으로 5억 1000만 원이 나간다”라고 말하고 “축제 기간은 이번 주까지이지만 꽃이 계속 개화하고 있어서 축제 기간 이후에도 많은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 추진위 관계자는 “해마다 이 시기에 꽃이 피었기에 날짜를 정했다. 올해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라며 “저녁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7일 까지 5일 동안 19만명이 다녀 간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퍼블릭뉴스]기자가 두 곳의 축제 현장을 취재하며 느끼는 체감은 관계자들의 말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축제장의 꽃은 보물찾기 하듯 찾아 다녀야 하고 관광객으로 넘쳐나야 할 행사장 근처는 관광객의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오후 7시경 축제장 일원에서는 많은 부스가 장사를 접고 퇴근했으며 공연장에는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도 없고 음식점 부스 또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주민 A씨는 “이렇게 뜨거운 날씨에 누가 오겠어요. 꽃이라도 피었으면 좋겠지만 꽃도 안 펴서 사람들이 없다. 나도 지인들이 전화가 오면 꽃이 안 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올해는 장사 망했다”라고 한탄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축제 현장을 찾아온 관광객 B씨는 “SNS 상에서 지난해 올라온 사진을 보고 왔는데 너무 실망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축제라고 관광객을 오라고 하는지 화가 난다”라며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다시는 영광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인근 지자체 관계자는 “꽃 축제는 어렵다. 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화율이 60~70%에 이를 것을 예상되는 시점을 개막 시점으로 정하지만 축제기간이 긴 경우에는 최소 40~50% 개화율이 예상되면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요즘 축제는 무작정 찾아오기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하고 방문하는 경향이 있어 축제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현장에서의 느낌은 축제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영광군과 함평군은 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한 축제가 이 상태로 계속된다면 지역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예산만 낭비하는 축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충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처럼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해마다 개최되는 유서 깊은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두 축제 모두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축제를 이어 간다면 올해와 같은 사태는 계속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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