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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트랜스젠더 여성 직원(50대)에게 근무 층에서 2층 이상 떨어진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불법’이라는 최고 재판소의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1년 이상 화장실 이용 제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행정사건소송법에 따라 이러한 판결이 관계 부처를 구속한다는 점을 근거로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제한을 시정할 의무가 국가에 있었다. 현재는 불법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로, 20대 때 호르몬 투여 등 성별 전환을 시작했다. 2009년 ‘성(性)동일성장애’ 진단서와 민간 기업의 선행 사례를 첨부해 여성 복장 근무와 여성 화장실 사용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제산업성은 같은 직장의 여성들이 평소 사용하는 화장실을 피해 2층 이상 떨어진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인사원(한국의 인사혁신처)도 직원이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문제가 없었고 동료들의 명확한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경제산업성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는 2023년 7월, 인사원의 판정에 대해 “직원의 불이익을 부당하게 경시했다”며 화장실 이용 제한은 늦어도 2015년 판정 시점에 ‘불법’이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제한이 시정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인사원도 제한 재검토를 경제산업성에 요구하는 새로운 판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직원은 “가까운 여성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기분이 나빠질 때 제때 가지 못해 봉지에 구토한 적도 있다.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왔는데도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국가와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며 호소했다.
경제산업성은 “관리직을 대상으로 이해를 증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인사원도 “지난 8월 직원 의향을 확인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화장실 이용 제한 재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와세다대학 오카다 마사노리 교수(행정법)는 “행정사건소송법에 따르면 인사원은 최고재판소 판결 후 늦어도 6개월 이내에 화장실 이용 제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재판정을 내릴 의무가 있었다”며 “경제산업성의 대응을 지켜보고만 있는 현 상황은 불법이며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산업성도 인사원의 재판정을 기다리지 않고 제한을 적극적으로 시정할 실무상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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