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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부터는 부동산의 상속·증여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택의 증여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된 문재인 정부 시절 자산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현 정부 들어 징벌적 중과세가 유예되고 종부세 부담이 낮아지긴 했지만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 또는 상속하려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최근 정부는 상속 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또 내년에는 상속세 과세 원칙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상속세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상속과 달리 증여는 연말 국회에서 상속·증여세법이 개정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세율 인하가 담겨있습니다. 정부안은 최고 세율을 50%에서 40%(10억 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이 가장 낮은 과표구간도 1억 원 이상 10%에서 2억 원 이상 10%로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상속세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추후 소개하기로 하고 먼저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증여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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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증여세 부과 대상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상속증여세법은 재산의 무상 이전 외에도 저가 양도와 고가 양수에 대해서도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 일부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또 주택의 무상 사용과 무상 담보 제공에 대해서도 그 이익을 증여로 봅니다. 예컨대 아버지가 A아파트, 어머니가 B아파트를 소유한 상태에서 아들이 A아파트에 살면서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 무상 사용 분에 대한 증여세는 5년 단위로 합산해 부과되는데요, 대략 시가 15억 원 이상인 주택을 5년 간 사용하면 증여재산가액이 면세점인 1억 원을 넘어 증여세 과세권에 들어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산다면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또 무상 사용하던 아파트를 상속 또는 증여 받는다면 무상 사용분에 대해서는 증여 또는 상속세에 합산합니다.
증여세는 상속세와 때려야 땔 수 없습니다. 상증법은 상속 개시일 전 10년 동안의 사전 증여 재산을 상속 재산으로 간주합니다. 증여 이후 10년 이내에 증여자가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했다면 상속 재산과 사전 증여 재산을 합산하여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죠. 사전 증여분에 대해 증여세를 냈다면 상속세를 산출할 때 공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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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택 증여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1000만 원 이상의 다른 재산을 증여 받았다면 모두 합산합니다. 이때 동일 증여인이 직계존속(부모)라면 배우자의 증여분까지 합산합니다. 쉽게 말해 부모 양쪽의 증여 재산을 모두 합친다는 것입니다. 이를 증여재산가산액이라고 부릅니다. 현금 1억 원을 증여 받고 1년 뒤 시세 10억 원인 아파트 한 채를 증여 받았다면 11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가족(배우자와 직계존비속)끼리 부동산 거래는 일단 증여로 추정한다는 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납세자가 대가를 받고 양도한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해야 증여 추정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친인척등 특수관계인에게 주택을 양도하고 3년 이내에 다시 당초 양도자의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증여 추정 원칙이 적용됩니다. 다만 두 번의 양도에서 발생한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을 경우에는 증여로 추정하지 않습니다. 세법은 이처럼 납세자가 불리한 쪽으로 과세 원칙을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여세 부과 기준 금액은 증여일 현재 시가입니다. 주택의 시가는 ‘통상적으로 거래가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증여 전 6개월부터 증여 후 3개월까지 해당 주택에 대한 매매와 감정·수용·공매·경매 가액 등을 말합니다. 또 같은 기간 중 유사매매가격도 시가로 인정받습니다. 아래 박스는 유사매매가격 요건입니다. 아파트라면 ①같은 단지 ②면적 차이 5% 이내 ③가격 차이 5% 이내이어야 유사매매가격으로 인정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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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세제에도 일정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에서 빼주는 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세법 상 증여세 공제 금액은 배우자가 6억 원까지, 직계존속(자녀)은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 기타 친족(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은 1000만 원입니다. 또 전세보증금 같은 채무를 함께 증여받는 ‘부담부증여’의 경우 채무액은 증여세 산출에서 공제 됩니다. 다만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실제로 인수했는지,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는 등 수증자가 실제로 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합니다. 또 해당 채무액은 증여자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증여세를 부과하는 기준 금액인 과세 표준을 산식으로 나타낸다면 ‘증여재산가액+증여재산가산액-채무부담액-증여재산공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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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증세법은 세율이 다른 세목에 비해 높으면서도 세무 당국으로부터 매우 깐깐한 검증 절차를 거칩니다. 그래서 세무 업계에는 ‘양도소득세는 속여도 상속증여세를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과세 당국이 상속과 증여에 대해 현미경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죠. 법정 시안내(증여일이 속한 달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자진 신고하는 게 예상치 못한 세 폭탄을 맞지 않는 길입니다.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로 내야 할 세금이 확정되지도 않습니다. 신고 후 3개월 동안 세무 당국은 신고 내용을 정밀 검증한 다음 신고일로부터 3개월 내 증여세 납부액을 확정합니다. 이때 신고 내역이 의심이 가면 과세예정통지서를 보냅니다. 납세자의 신고 사실이 정확하다는 것은 본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또 증여인데도 양도로 가장하거나 자력으로 취득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 받으면 자금출처조사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또 조세 부과의 시효(제척기간)도 10년으로 양도세의 5년에 비해 훨씬 깁니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상속·증여세를 고의로 회피할 경우 제척 기간은 국세청이 부정한 방법을 인지한 날로부터 10년이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무한대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탓에 상속·증여를 숨기다가 가산세가 본세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손자·손녀에게 증여한다면 ‘세대 생략 할증 과세’라고 해서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손자·손녀가 증여 재산을 받을 경우 증여세의 30%가 할증됩니다. 손자·손녀가 미성년자이면서 증여 재산이 20억 원을 초과한다면 40%까지 덧붙여집니다. 다음 ㉝회에서는 주택 증여세 산출 사례와 저가 양수 등 특수한 형태의 증여세 문제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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