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점차 쪼그라든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 배터리 기업이 안정된 공급망과 규모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이에 기술 우위를 유일한 희망으로 점찍은 모양새다. 에너지 효율과 안전 등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원통형인 46파이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중국 기업과 차별점이 있는 신제품 양산으로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
2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70%를 훌쩍 넘겼다. 반면 K배터리 3사는 19.9%에 그쳤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시장을 주도 중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시장 개화가 늦춰지는 추세에 당장은 국내 3사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상대로 경쟁 우위를 가져가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유럽 등 당국의 잇따른 관세 부과 움직임에도 저가 중국산 제품의 침투를 막을 수 없는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맞서 에너지 효율과 안전 등 성능을 높인 제품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동시에 중국산 대비 기술 우위를 지켜내는 것이 핵심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46파이(지름 46㎜)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도 동시에 이뤄야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최근 전기 상용차에 최적화된 차세대 배터리 솔루션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상용차 전시회인 ‘IAA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 2024’에 참가해 차세대 배터리인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Mid-Ni) 셀투팩(CTP)을 처음 공개했다.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은 대형 트럭 기준 최대 주행 거리가 600㎞에 달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충·방전이 잦은 상용차 특성에 맞게 5000사이클의 장수명도 자랑한다. 팩 강성을 높이고 셀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열과 가스가 내부에서 퍼지지 않고 의도한 경로대로 빠르게 외부로 배출하는 팩 하부 벤팅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도 강화했다.
삼성SDI는 전기 상용차에 최적화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라인업을 선보였다. LFP+ 배터리는 신규 극판 기술을 적용해 기존 LFP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향상시켰다.
이 제품은 하노버와 프랑크푸르트를 140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장수명 성능을 확보했다. 20분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적용해 장거리 운행이 필수인 상용차에 적합하다. 인접 셀로의 열 확산을 방지하는 독자적인 열 전파 차단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SK온은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연착륙을 노린다. 최근 윤활유 전문기업 SK엔무브가 불타지 않는 ESS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SK온과 시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SS 시장은 LFP 배터리가 중점적으로 활용된다. SK온은 2026년쯤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계획 중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안착 이후 ESS 역시 SK온의 장기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의 양산을 올해 말 충북 오창공장에서 시작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7월 24일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원통형에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전지로 46파이 시리즈 전지가 있다”며 “지금까지 21파이로 주로 대응했지만 최근 화두인 46파이 라지 셀도 올해 양산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도 이 자리에서 “2023년부터 고객사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며 “현재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고객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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