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주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탈표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특검법이 무난히 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야권의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제기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부정 여론이 커지면서 정치적 부담은 커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 중심으로 김 여사의 사과, 제2부속실 설치 촉구 등 여론 전환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생각 안 해”… 부정 여론은 부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은 이르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만큼 오는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음 주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전, 늦어도 이달 말까지 재표결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더해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외압 의혹 등 총 8가지 의혹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 절차에서 무난히 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이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범야권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법안은 부결·폐기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재표결 전망에 대해 “무리하게 위헌적인 요소를 담은 특검법에 대해 이탈표가 있으리라 생각 안 한다”며 “이탈표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김 여사에 대한 부정여론이 확산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21대 국회 때보다 한층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야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는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도 이번에는 꺼내지 않았다. 22대 국회 들어 야당의 입법 강행에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이날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입법 폭주에 대해선 보이콧으로 강하게 맞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대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는 강력한 항의 표시 방법으로 필리버스터 대신 보이콧을 택했다는 전략이라고 밝혔지만, 김 여사에 대한 당 안팎의 부정 여론을 감안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토론 과정에서 야당이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할 경우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데다, 여당 의원들도 김 여사 의혹 방어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했든 (안했든)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내용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라며,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한 지도부 결정에 대해 “궁여지책”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도 “금융투자소득세나 법안 관련도 아니고 김 여사를 두둔하는 필리버스터는 더는 안 하고 싶다는 것 아니겠나. 지역에서 (여사 관련) 여론도 안 좋은데 영상 기록도 남고 부담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친한계 “김건희 여사 사과, 제2부속실 설치 등이 먼저”
정치권에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기점으로 대통령실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월 5일 첫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는데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현재까지 대통령실 내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2부속실 설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권 내에선 친한계 인사 중심으로 김 여사가 대외 행보를 자중하는 한편, 가이드라인 확립이나 제2부속실의 조속한 설치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우선 해소해야 야당이 밀어붙이는 특검법을 방어할 수 있는 지지 여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치적인 부채가 남아 있는 것”이라며 “(김 여사가) 본인은 ‘얼마든지 사과하겠다’고 문자까지 보냈는데 이제 사과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특검법을 거리낌 없이 내는 것도 여사가 아무런 사과도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는 것 아니겠나”라며 “특검법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사의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것을 해야 국민 사이에서 (야당의 특검법 강행처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생겨날 텐데 그게 없으니 압도적인 여론이 김건희 특검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의도, 근거가 있든 아니든 의혹들에 휩싸여 있는 것은 김 여사가 자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김 여사의 여러 대외적 행보는 자중과 자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은 ‘김 여사 자중론’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일부 여당 지도자들이 (김 여사 공개 행보가) 현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자꾸 폄훼하려고 하거나 영부인의 활동영역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했다. 이어 “(영부인의) 민생행보, 소통행보는 대통령 국정의 보완재”라며 “민주당이 프레임을 걸어 악의적으로 국민에 얘기한다고 해서 그걸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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