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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통일 독트린, 반헌법적이고 반민족적이고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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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부가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이 요원해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평화 구축보다는 헌법에 반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2024 한반도 평화공동사업 추진위원회와 노무현재단,(사)한반도평화포럼, 광주광역시, 경기도,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반도 평화행동이 후원하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 평화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두 개 국가론과 새로운 통일구상’ 세션에 토론자로 나선 조성렬 경남대학교 초빙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경축사에서 밝힌 ‘통일 독트린’에 대해 “북한(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야기하는 안보 경쟁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정면 대결적 관점에서의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헌법 4조에 보면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도록 의무화 돼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8.15 독트린은 반(反)헌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는데 윤 대통령의 독트린이 평화적 통일정책이 아닌 흡수통일에 가까운 방안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광복절 경축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언급 없이 국내 비판 세력과 북한에 대해서 비난한다는 의미에서는 반민족적”이며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북러 간의 준 군사동맹이 체결됐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러한 국제정세를 무시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대결적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평화기획비서관을 역임하고 이후 외교부 제1차관을 지냈던 최종건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한반도 전쟁위기와 9.19 군사합의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반국가세력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가란 국민들이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온전한 일상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평화를 소유해야 할 의무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다”라며 “우리는 국가만 강조되고 반국가가 강조되고 힘이 강조되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헌법이 규정한 정부와 대통령의 의무에 반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기간 접경지역의 단 한 명의 대한민국 병사가 사망하지도 다치지도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 의무에 충실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폐기를 시작으로 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꿈은 결코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그 꿈을 포기하는 순간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로서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의 주도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분단을 극복하는 공존, 핵과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 비핵화, 군사충돌을 막아낸 남북 군사합의, 남북한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신경제 구상 등이 문재인 정부 시기 이루고자 하는 꿈이었다”며 “그 꿈이 당장은 멈춰져 있고 때로는 소위 ‘반(反)국가 세력’이라고 하는 이상한 프레임에 갇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평화를 이야기하면 이상한 시각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반국가 혹은 종북 세력이라는 올가미가 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며 “당시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했던 저희들로서는 감사원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 사법부의 재판으로 이어져 그 정책이 불합리한 정쟁의 감옥 속에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저격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과 관련한 발언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시작일인 지난달 19일 그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남한과 두 국가를 선언하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자중하고 진중한 자세로 우리와 대화를 준비하길 바란다. 핵과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전쟁에서 평화로 : 시민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우크라이나도, 팔레스타인도, 동아시아에서도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데 평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자는 목소리가 가당키나 하냐는 회의론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쟁보다는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반작용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윤석열 정부에서 좌초된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좌초된 것인데 왜 좌초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 집권 당시 국방비 증가 등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장애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 한국의 1년 국방비가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1.5배를 초과했다. (유엔의 대북한) 제재 문제를 돌파하는 방법을 찾는데도 실패했고 유엔사는 역할이 더 강화됐다”며 “(문재인 정부 때) 우리가 운전대를 잡겠다고 그랬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운전대를 잡겠는지 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좌초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괴되고 침몰된 것이 아니라 멈춰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 2년 동안은 코로나였다. 프로세스를 멈추게 한 중요한 변수”였다고 반박했다.

이태호 소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좌초됐고 멈춰 섰다. 이것이 멈춰 선 데에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분석하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겠나”라며 “지금은 발목을 잡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무엇이 발목을 잡았는지,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평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과정으로서의 평화 프로세스는 완결이 있을 수 없다. 임기 5년 정부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정부가 바뀔 때) 이어달리기가 중요하다”라며 “왜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끝났나 라고 질문하는 것보다 그 다음 정부는 왜, 북한은 왜 합의를 이어가지 못했냐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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