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두고 난맥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오는 24일 예정됐다. 정부・여당이 만나는 자리에서 의료계 협의체 참석 조건인 ‘2025년 의대 증원 재검토’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이후 만찬이 정해진 것을 두고 “그간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 서면 브리핑에서 “오는 24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의료 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으나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됐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2026년 의대 증원 재검토’라는 점을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게시한 직후 일방 취소됐다. 한 대표는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만찬 연기에 대해 “따로 들은 바 없다”고 답하면서 ‘한동훈 패싱’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후에도 한 대표는 의정갈등 해소 문제 대해 정부와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또 의료계를 향해 조건 없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추석 전 협의체 구성’에 방점을 두고 의료계와 접촉을 이어갔지만 결국 당초 공언한 구성 시안 내 협의체 구성에 이르지 못하면서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재자 한동훈’을 정조준한 발언이 나오면서 의료계와의 관계도 불안한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8일) 페이스북에서 “언론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동훈 당 대표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며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친한계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서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 비대위원장과 줄곧 소통해 오고 있다”며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직격하며 정 대변인의 인터뷰 전문 링크를 페이스북에 첨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협의체 구성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 먼저 만찬 회동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어떤 논의를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 대표의 ‘추석 전’ 중재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 수시 지원이 끝난 상태에서 내년도 증원 논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의료계는 내년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이 증원된 1,509명 뿐 아니라 교육현장을 떠난 휴학생까지 현원 2.5배 수준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500명을 수용할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찬 회동을 통해 의정 간 합의점을 찾는 것도 불투명해 보인다. 친윤계에선 의료계의 반발이 있더라도 이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친한계는 ‘의료계가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각자의 주장만을 반복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수시가 다 끝났다”며 “2025년도 증원 논의는 끝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는 (증원 논의와 관련해) 조건을 안 걸었다”며 “격식 차리지 말고 만나자”고 주장했다.
의료계 단체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니 어차피 (협의체) 들어가서 얘기할 게 없다”며 “(만찬 회동은) 이거라도 해놔야 (체코 순방) 갔다 오는 동안 여론이 좀 잠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2025년 증원 재검토’라는 조건 없이는 협의체에 참석하기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 대표가 (협상 조건을) 해내면 우리가 당연히 도와줘야지”라면서도 “대통령실 인사도 몇 번 만나봤는데 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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