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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최윤범 회장 무분별 투자 저격… 고려아연 반격 카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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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에 나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해 무분별한 투자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울산시의회 등 지역 사회, 정치권, 노동조합 등의 지분 매입 반대에 대해 소통 부족을 인정하며 “1대 주주와 합의 하에 고려아연의 1대 주주 지위로 들어갔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의 일환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맞불을 예고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공개매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공개매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최윤범 회장의 대표이사 사장 취임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순현금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 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게 김 부회장 설명이다.

그는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했다”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 원인 중 하나로 무분별한 투자를 꼽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주도로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이어지며 손실이 커졌으며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아 최 회장 주도의 무분별한 투자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시를 인용해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 기업들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 기업의 누적당기순손실 총액은 5297억원에 이른다.

무분별한 투자의 대표적 예로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액 대비 200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협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설명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최근 구속돼 재판받다 보석으로 풀려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란 법정 증언이 나왔다고 언급하며 최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는 연간 인건비가 3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하며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최 회장 개인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의사결정구조를 제대로 세우겠다면서도 당장 최 회장 해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공개 매수 이후 이사회에 들어가 의혹들을 살펴 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중국계 자본 등을 등에 업은 약탈·적대적 기업사냥”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에서 자본시장 프라이빗에쿼티(PE) 산업을 일구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MBK파트너스가 1세대다”며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하는 것이지 1대주주가 따로 있고 경영권이 누군가에 있는 회사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는 게 아니다”며 2023년 진행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예로 들어 “비슷한 구조로 진행되는 바이아웃 딜이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성은 기자

고려아연 주가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첫날인 9월 13일 공개매수가 66만원을 넘어 공개매수가를 높일 가능성에 대해선 고려아연의 9월 4일 기준 기관투자자 비중이 97.7%에 달하는 점을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고려아연에 장기투자하며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다 ”며 “현재 공개매수가(66만원)는 기관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더욱 커질 것이란 시장 기대에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섰지만 이를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공개매수 진행 성패와 관련해선 “저희도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실패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한화,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기업 지분 18.4%를 최씨 일가 우호세력으로 분류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기업그룹은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우호지분이 아니며 우호지분이 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 등) 이분들을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생각한다”며 “기타주주의 지분을 다 사지 않는 것은 고려아연의 상장을 유지하고 성장을 함께 누리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고 강조했다.

영풍그룹 계열사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웠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최씨·장씨 일가간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져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이번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 각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 각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김두겸 울산시장, 울산시의회, 고려아연 노동조합 등은 우려를 표하며 경영권 분쟁이 정치권, 지역사회로 번지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 역시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노조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해 약탈적 공개매수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리의 안정적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임직원 서한을 통해 공개매수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다”며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응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하다”며 “서로를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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