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웅 부천더블유(W)진병원 원장이 자신의 병원에서 격리·강박 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양재웅 원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5월27일 중독치료를 받던 30대 여성 입원 환자가 격리·강박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사과와 사죄”의 뜻을 전하고 “의료의 질과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쪽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서 치우친 시선으로 일반화해서 결론짓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남겼다.
한겨레는 지난 8월27일부터 9월11일까지 각각 두 차례씩 양재웅 원장, 사망사건 환자의 주치의였던 허아무개 진료과장과 질문지와 답변지를 주고받으며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양 원장은 7월26일부터 한겨레와 에스비에스(SBS) 등이 부천더블유진병원 사망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다른 매체 보도로 확산하자, 같은 달 29일 본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부적절한 형식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양 원장과 사망사건 환자의 주치의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3살 박 아무개씨는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대웅제약, 펜터민)을 처방받아 복용하다 지나친 수면과 결벽증 등 중독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5월10일 어머니와 함께 이 병원을 찾았다. 보호자 2명의 서명에 따라 보호입원(비자의입원)했던 박씨는 5월26일 저녁부터 배변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대변물을 바닥에 흘리다 27일 새벽 1시30분께 격리·강박되었고 2시45분께 강박에서 풀려났지만 4시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양재웅 원장은 인터뷰에서 입원 초기부터 시행된 격리와 5월24일과 27일 두 차례의 강박에 대해 “자·타해 위험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밝힌 뒤 “(사망 직전 간호진이)환자분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어 “사망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격리·강박이 아니라 펜터민(디에타민) 중독 위험성”이라면서 “다른 중독도 의심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1차 답변지를 받은 뒤 재질문을 통해 보충 답변을 요구했지만, 양 원장은 일부에 대해서만 다시 답을 보내왔다. 그는 재질문 항목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의 방향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경찰)수사 중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언론에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격리·강박의 부작용과 대변물을 흘리는 당시 환자의 증상에 의료진이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 보호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환자가 숨지기 직전 대량 투약한 약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선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사망사건이 난 대다수 정신병원 책임자들이 언론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양 원장은 용기를 내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한 양원장과 주치의의 답변. 양 원장의 말은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고, 주치의의 답변은 ‘주치의’라는 표시를 달아 구분해 전한다.
“책임 통감…의도적으로 환자 방치 안 해”
― 사람이 죽었다. 병원 쪽의 과실을 인정하는가?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환자분이 사망했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병원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합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처치를 비롯한 시스템적 측면과 환자 상태를 놓친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검토, 점검 중입니다. 다만 언론에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처럼 치료진들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방치했다고는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 언론은 환자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보도하지 않았다. 오랜 관행이든 실수든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였다.
“의도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일부 언론에 ‘방치환자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와 뉴스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장인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방치’라는 표현은 직원들 스스로 본인들이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게으르게 환자를 돌봤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작성했습니다. 그것은 ‘과실이 있다, 없다’ 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원장이) 피해자 입원 기간 직접 면담하거나 살펴본 적이 있나? 진료기록을 보면 격리 및 투약, 강박 지시 세 가지가 계속 반복되는데, 주치의는 사망 환자 입원 기간 대면 상담을 몇번이나, 시간은 얼마나 했는가?
“저는 입원환자를 담당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하고 있습니다. 병동은 1명의 진료원장과 2명의 진료과장으로 구성된 3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주치의가 되어 본인 담당 환자분들에 대한 처치와 책임을 완수하고 퇴원 이후에도 외래 치료가 필요할 경우 해당 주치의에게 진료를 이어갑니다. 외래의 경우는 저를 포함한 4명의 전문의가 진료 중입니다. 1명의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입원환자에 대한 협의진료와 외래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주치의와 환자 관계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어느 과보다 환자-의사 간의 라포(rapport, 친밀도)가 매우 중요하여 한번 주치의와 진료가 시작되면, 쉽게 타 의사가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저와 진료를 원해서 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제 외래 예약을 잡고 오십니다.
입원 과정은 두가지 경로로 진행됩니다. 외래진료 시작 후 필요에 의해 진행이 되거나 처음부터 입원을 위해서 오시는 경우입니다. 사망한 박OO씨 어머니의 경우 저나 다른 전문의와 외래진료 없이, 처음부터 입원을 생각하고 병원에 오셨고 다른 진료과장님을 만나 입원이 진행됐습니다.”
“사망 당일 주치의가 직접 상황 설명하고 사과”
― 인명사고가 났는데 주치의나 병원장 중 최소 1명이라도 유족과 면담을 통해 설명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주치의) “5월27일 사망사고 당일 어머니와 오빠에게 직접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양재웅 원장) “5월 27일 사고 당일 제가 출근하기 전에 유가족이 병원을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치의와 해당 병동 수간호사이자 간호팀장, 원무과장이 주 보호자였던 어머니를 만나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했고 어머니는 ‘알겠다’고 하고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치의가 담당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병원 입장을 대변해서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아버지와 기자라고 하는 남자분, 그 외 다른 남자분이 병원을 찾아와 시시티브이를 요구하며 ‘언론에 퍼트리겠다, 병원문을 닫게 하겠다’는 등의 말을 해서 본원 직원들이 위협을 느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병원장이긴 하나 담당 의사가 아닌 제가 먼저 나서서 사과를 드리고 애도를 표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6월4일 어머니가 다시 주치의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고 들었고, 저도 그 기회에 어머니를 만나 뵐 생각이었으나, 그날 어머니가 병원에 오지 않으셔서 제가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습니다.”
― 사망 환자의 오빠와 어머니 둘 다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사고가 나고 하루 또는 이틀 뒤 의사와 간호사가 설명하긴 했으나 그들이 주치의였는지 몰랐으며 ‘상황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입원 당시 주치의를 안내합니다. 그리고 설사 안내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고 해도, 고인이 입원한 병동은 주치의가 한 명이고, 어머니가 병동에 몇 차례 면회를 다녀가셨고, 사고 전 치료진에게 감사인사를 했을 정도로 치료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주치의는 현재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으로, 사과 과정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주치의로부터 사망 당일 어머니와 만났을 때, ‘우리 딸이 주치의 선생님을 좋다고 했는데….’라며 서로 안타까움을 나누기도 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한 딸이 죽었다’는 사실 앞에서 모든 노력은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답변 역시 어머니와 주치의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습니다.”
“환자의 폭력성 타해 위험성 때문에 격리·강박”
― 부천더블유(W)진병원에서 격리·강박의 적응증(indication), 즉 특정 치료나 절차가 필요한 이유나 근거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따릅니다. 자·타해 위험,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환자 스스로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큰 경우, 기물 파손 및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 질병과 관련하여 지나친 자극을 줄여 자·타해 위험성을 감소시킬 필요가 높을 경우, 환자 스스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격리를 요구하는 경우, 환자 스스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강박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이 병원에서 사망 환자에게 시행했던 격리·강박에 어떠한 치료의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강박의 경험은 환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며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사람을 묶거나 가두려고 할 때 환자(특히 흥분상태 환자나 급성기 당사자)는 더 불안해하고 난폭해질 수 있다. 이것이 흔히 ‘자타해 위험’으로 명명되는데, 환자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급성기 환자를 이른 시간 내 진정하도록 도울 수 있는 e-CPR(정서적 심폐소생술), 고조완화기법 같은 비강압 치료방법을 익히고 현장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신의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지침이 있다고 해서 격리·강박 위주의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것은 의료진의 매너리즘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양재웅 병원장은 이와 관련한 재질문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실제로 사망 환자에게 격리·강박을 시행할 만한 자·타해 위험이 있었나? 사망 직전의 경우 고인이 대변물을 흘린다는 이유로 격리·강박을 시행한 것으로 아는데 맞는가?
(주치의) “5월24일 18시 첫 격리의 경우 환자분이 ‘모친과 전화가 안 된다, 해달라’고 조르며 병동을 소란스럽게 하고 이를 제지하는 간호사 머리를 잡아당기고 보호사님에게도 화를 내는 폭력성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격리가 진행했습니다. 5월26일 18시45분경 이후 대변물 흘리며 병실, 샤워실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샤워 중인 타 환자에게 소리 지르고 타환자가 불만을 호소하자 밀치려고 하여 제지하였으나 협조되지 않아 안정실(격리실) 격리하였습니다.”
(양재웅 원장) “5월26일 18시51분경 안정실(격리실) 시시티브이를 보면 다른 환자가 안정실로 따라 들어와서 사망환자의 다리를 때리고 옷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듯한 영상이 있습니다. 간호진이 판단할 때 타 환자들로부터 보호의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치의) “5월27일 12시30분 강박의 경우 환시가 의심되는 정신병적 증상과 함께 타해 위험성을 보였습니다. 또한 침상 안정이 되지 않고 낙상 위험이 있어 강박 시행했습니다.”
환자가 대변물을 흘린다는 것은 소화기 이상을 나타내는 신체적 증상일 수 있었다. 양재웅 병원장과 주치의는 이걸 자·타해 위험과 폭력성 측면에서 해석했다.
“다른 중독도 의심가는 상황”…구체적 언급은 거절
― 사망 환자의 경우 근육 계통의 불편감, 소화의 어려움, 원활한 소변 및 대변의 어려움을 점진적으로 크게 호소하였으며, 입원 후반에는 정신과 약물의 누적 및 신체 상태의 악화 등으로 인한 섬망(수 시간 또는 수일간의 급성혼란) 등 의식의 혼란 및 지남력(본인이 처한 시공간 인지능력)의 저하가 의심되는 상태를 보였다. 치료진은 이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었는가?
(주치의) “간호차트 기록상 의식 혼란은 없었습니다. 입원 당시부터 변비약을 자가 약으로 가져와서 지속해서 복용 중이었지만, 변비 이상의 내과적 질환을 호소한 적은 없습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다이어트 약 중독 이외에도 다른 중독도 의심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정신과 약물의 누적 및 신체 상태의 악화로 인한 의식의 혼란 및 지남력의 저하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주치의는 “다른 중독도 의심 가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지만 ‘다른 중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어떻게 추정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병원 쪽은 앞서 한겨레에 숨진 박씨가 5월10일 입원 당시 스스로 작성한 환자 의견진술서에 다른 중독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간호기록을 보면, 환자는 수시로 배고프다며 간식을 요구하고 간호진은 이에 응한다. 여기에 대해 “펜터민(디엔타민) 금단으로 인한 식욕 항진 또는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과 결합한 소화기능 저하가 있을 수 있는데 환자가 음식을 원하는 대로 준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펜터민 금단으로 인한 식욕 이상증세를 예상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조처와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이 배변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부르고 이게 치명적인 결과를 불렀을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답하지 않았다.
― 격리·강박을 시행할 때 자·타해의 위험뿐만 아니라 환자의 의학적(신체적) 상태에 대한 평가도 했나?
“주치의가 간호진의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렸고, 내과적 상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의무기록에 없는 마지막 투약 “정규 오더의 약”
― 시시티브이를 보면, 환자는 배를 움켜쥐고 격리실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사와 간호진들이 오히려 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당시 당직의는 어디에 있었고, 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가. 왜 내과 진료는 이뤄지지 않았는가?
(주치의) “당직 의사는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치의는 배를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한다는 보고를 받지 못하였고, 시시티브이 영상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당시 환자가 배를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간호진으로부터 ‘환자가 변을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대변물 흘리고 다니고 있다’는 내용은 보고를 받았으나 복부 통증을 호소한다는 보고는 받지 않았습니다.”
시시티브이를 확인해보니, 5월26일 저녁 ‘배를 잡고 병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의 모습이 나오지만 주치의 말대로 이를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족들도 고소장에서 “간헐적으로 복통을 호소했다”고 표현했다. 다만 내내 격리실에서 불편해하는 모습은 역력했다. 그렇다면 환자가 사망하던 5월27일 새벽, 당직의가 어디 있었을까. 이에 대한 재질문에는 답변이 없었다.
― 사망한 박OO씨에 대한 각종 의무기록지는 일체의 조작 없이 정확하게 기록되었나.
(양재웅 원장) 본인들이 처치한 것을 누락하거나 실제 처치 이후 뒤늦게 기입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허위로 일어나지 않은 일, 본인들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예로 5월27일 사망사고 전 격리 강박지를 보면 단순하게 ‘00시30분 강박 시작, 2시20분 종료’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 간호진은 1시38분부터 상지 강박 해제를 하고, 그로부터 2시20분 전체 강박 해제, 2시36분까지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환자 옆에서 닦아주고 앉혀서 물을 먹이는 등 케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2시 45분부터 3시까지는 보호사님이 들어와 환의를 갈아입히고, 옆으로 눕히고, 낙상할까 봐 사이드 레일을 올리고, 다칠까 봐 담요를 대주고, 이불을 하나 더 가져다주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전부 간호일지에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5월26일 20시40분경 간호조무사 2명이 약 3알을 먹이고, 21시43분경에도 3명의 간호조무사가 3차례에 걸쳐 약을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부터 환자가 정신을 못 차리린다. 이후에 계속 환자가 몸을 못 가누는 기색이 보이자 강박이 시작되고, 두 시간이 안돼 강박을 풀었으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해당 약은 진료기록부에 기재돼 있지 않은데, 이 약은 무엇인가?
“원래 처방이 되어있는 정규 오더의 약이라고 알고 있고, 기존에 처방되어있는 약은 간호 기록에 기입하지 않습니다.”
“기민한 확인, 능숙한 대처가 근본 해결방안”
― 치료적 개입이라고 하지만 격리·강박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혹은 위험과 위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나?
“격리·강박은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한, 위험이 일부 따를 수 있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심해서 처방해야 함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본 사망 사고를 격리·강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다이어트 약이라고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펜터민과 에페드린의 위험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원의 경우 간호사 스테이션 바로 옆 격리실에 있었기 때문에 더 밀접하게 환자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분은 2시20분 강박해제 이후 2시36분까지, 2시45분부터 3시까지 간호진과 함께 있었고, 3시20분에는 수면을 취하고 있는 환자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환자 상태를 더 빨리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대처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양재웅 원장은 “더 본질적인 문제는 펜터민 중독의 위험성”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망 환자의 보호자는 펜터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 성분의 디에타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에 입원했다. 디에타민은 심장 독성과 심한 의존성, 남용을 이유로 영국에서는 2000년 퇴출된 약이다. 그렇다면 왜 그에 따른 전문성 있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중독 환자에게 맞는 최소한의 상담 프로그램은 진료기록지에 없고, 주사 놓고, 약 먹이고, 묶는 일만 반복됐다.
양 원장의 말대로 이번 사망사고가 격리·강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시시티브이를 보면, 5월26일부터 다량의 약을 먹은 환자가 몸을 못 가누는 기색을 보이자 강박 조처를 하는데 환자의 상태에 맞는 조처였다고 수긍하기 힘들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 이런 사망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신의학과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어떤 보완이 이뤄져야 하는가?
“본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과적 문제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환자분 사망 전 시시티브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환자분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합니다만, 안타깝게도 환자분이 사망하셨습니다. 환자 상태를 보다 기민하게 확인하고, 응급상황에서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화기내과 의사가 상주한다고 했지만, 사망한 환자는 소화기내과 진단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 병원 쪽은 앞서 한겨레에 “피검사 결과 활력징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내과적 문제를 의심할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대변물을 계속 흘렸다면서 소화기내과 의사를 통해 적절한 진료가 이뤄졌어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답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 상황 대처미숙” 인정
― 시시티브이를 보면, 사망 직전 고인에 대한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1년에 한 번씩 내과 과장님이 병동 치료진을 대상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CPR)과 제세동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어보는 내과적 응급 상황에서 대처가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교육을 더 디테일하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 양재웅 원장은 소속사인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사과했다. 부적절한 방식의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입장문이 발표된 것은 사회면을 넘어 연예면에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회사와 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었고, 지금 연예부 보도국은 저를 병원장이 아닌 연예인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입장문 발표가 필요하다고 하여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 고인 유가족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 추가 사과 계획이 있는가.
“본원의 병원장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따님과 동생분을 잃으신 부분에 대해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회복시켜드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언론에 노출 없이 사과를 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박 무조건 안 된다’면 더 큰 위험 초래”
― 정신병원 입원 환자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정신병원개혁연대가 출범하는 등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위험한 치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라고 하여도 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그 실효성에 대해서 점검해야 하는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원에서는 그 적절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적 있는 ‘정신병원에서 강박해제 이후 일어난 낙상사고의 사례’처럼 ‘강박을 무조건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진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일정 용량 이상의 약물 사용이 어려운 경우, 낙상을 포함한 자·타해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적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없기 때문입니다.”
양 원장은 ‘낙상사고’를 거론했지만, 이게 강박의 이유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격리실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해결방법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격리실 낙상사고가 걱정된다면 침대를 치우는 방법이 있다. 실제 비강압치료 중심으로 병동을 운영하는 광주 천주의성요한병원 격리실에는 침대가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본원은 2017년 인증평가를 거쳐,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포함하여 많은 인증 및 인정을 받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을 살리고 회복시켜야 하는 병원에서 사람이 사망하였으니,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의료의 질과 시스템에 대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사죄드립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정신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질 수 있고, 중독환자를 기피하고 입원을 피하는 정신과 의사, 정신병원 들이 더 많아질 수 있어 걱정됩니다. 부디 이번의 사망사고에 대해서 치우친 시선으로 일반화해서 결론짓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한겨레/고경태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