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선기기 제작·유통 개입해 폭발물 설치”
지난 이틀 동안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수백여 대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가 대량으로 폭발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18일(현지시간) 대량의 워키토키가 폭발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전날 삐삐 수백 대의 동시다발 폭발로 12명의 사망자와 28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이다.
미 CNN 방송은 이날 폭발한 워키토키가 일본 회사 아이콤에서 만든 ‘IC-V82’ 모델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대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지난 2월 대량의 워키토키를 일괄 구매했고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허가나 보안 기관의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전날 폭발한 삐삐도 비슷한 경로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 북동부 헤르멜 등 전역에서 호출기 수백 대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직후 레바논 보건부는 시민들에게 소지한 삐삐를 즉각 폐기하라고 경고했으나 이번에는 워키토키가 폭발하며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무선기기에 폭발물을 설치한 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AP와 CNN 등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무선기기의 제작과 유통 과정에 개입해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와 이란 또한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은 무선기기 폭발 사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테러에 많은 이들이 증오와 혐오를 느낄 것”이라며 “레바논 시민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무선기기 폭발 사건은 강하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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