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재계가 비주력사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를 책임질 핵심사업으로 전열을 재정비한다. 매각에 따른 현금 확보를 통해 핵심사업의 지속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익성이 떨어진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키로 했다. 양도 가액은 1조1210억원이다. 양도 대상은 청주·수원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와 판매 등 사업 일체와 중국 우시법인 지분 전량이다. 9월 10일 이사회 결의와 거래 계약 체결을 완료한 삼성SDI는 관계 당국 승인 등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삼성SDI의 이 같은 결정은 액정표시장치(LCD) 등 IT 제품에 쓰이는 편광필름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 IT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최근 국내 업체들은 잇따라 편광필름 사업을 정리하는 추세다.
삼성SDI는 “향후 전자재료사업부는 반도체 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배터리 소재에 집중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인 SK그룹도 각 계열사 내 비핵심자산 매각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윈커머스 지분 7.1%를 매각하고 2억달러(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그룹은 마산그룹과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라 2021년 빈커머스(현 윈커머스) 지분 16.3%를 4억1000만달러(4600억원)에 매입했다.
SK그룹과 마산그룹은 또 SK그룹의 마산그룹 풋옵션 행사 기한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SK그룹은 마산그룹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윈커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투자 수익을 내게 됐다.
SK에코플랜트도 9일 공시를 통해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의 주식 922만3555주를 SKS 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9823만달러(약 13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폐배터리를 비롯한 리사이클링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에 속도를 낸다.
SK E&S는 재원 마련을 위해 도시가스 자회사 코원에너지서비스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 사옥과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 시 예상 평가액은 4000억~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SK E&S는 “현재 부지 매각과 관련해 결정되거나 합의된 건 전혀 없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IT소재 사업부의 필름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 양도를 결의했다.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신성장동력 재원을 확보하려는 의중이다.
LG화학의 편광판 사업은 중국 삼금광전(Shanjin Optoelectronics)에 2690억원,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 허페이 신메이 머티리얼즈에 8292억원을 받고 매각됐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공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가전업체 TCL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를 선정했다고 8월 1일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매각이 완료되면 LG디스플레이의 재무 안정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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