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윤우열 기자]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통신을 위해 소지해온 ‘삐삐’가 동시다발로 폭발해 어린이를 포함 9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200명은 위중한 상태다.
CNN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각)쯤 베이루트와 다른 지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삐빠기 동시다발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휴대전화가 해킹되거나 추적될 위험이 있다는 판단 아래 호출기인 삐삐를 통신수단으로 사용해왔다.
방송매체를 통해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쇼핑센터에 있던 한 남성의 가방이 갑자기 ‘펑’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는 뒤로 쓰러졌고 주위의 다른 쇼핑객들은 피신했다. 몇 시간 뒤 수많은 부상자들이 입원하여 과부하가 걸린 병원으로 구급차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헤즈볼라는 이 사건을 ‘범죄적 공격’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정당한 보복’을 맹세했다.
반면 이스라엘 군은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폭발 발생 몇 시간 전 “이재민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헤즈볼라의 북부 공격을 막는 것이 공식적인 전쟁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은 어떠한 개입도 부인하며 이란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는 익명을 요청한 전 영국 육군 군수품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 폭발한 삐삐들은 가짜 전자 부품 내부에 10g~20g의 군용 고성능 폭약으로 채워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텍스트 메시지’라고 불리는 알파벳과 숫자로 된 신호가 활성화되면 삐삐가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력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첩보기관들이 과거에 비슷한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에 근거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삐삐 속에 소량의 폭발물과 기폭기를 삽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가장 유사한 사건은 1996년 하마스의 폭탄 제작자 야히야 아이야쉬의 암살 사건으로 그는 휴대전화 안에 숨겨진 폭발물로 인해 사망했다.
12년 후 이스라엘 스파이들은 다마스쿠스에 있는 헤즈볼라의 최고 군사 사령관인 이마드 무그니예(Imad Mughniyeh)의 SUV 차량 부품에 폭발물을 숨겨 넣어 살해했다.
영국에 기반한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중동 전문가 리나 카티브는 BBC에 “이스라엘이 몇 달 동안 헤즈볼라를 상대로 사이버 작전을 수행해 왔지만 이번 보안 침해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베이루트 주재 선임 연구원 니콜라스 블랜포드도 “이스라엘이 단번에 수백 어쩌면 수천 명의 헤즈볼라 전투원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며 “헤즈볼라 지도자들은 이제 ‘강력한 보복을 가하라는 지지자들의 엄청난 압력에 직면’하게 돼 지난해 10월 이후 헤즈볼라-이스라엘 갈등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의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블리다 지역의 테러 기반 시설에서 활동하던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3명을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정부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하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적의 통신 장치를 폭파하는 것은 한 번에 끝내는 술책이며 충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이 왜 지금 이러한 공격을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호출기 삐삐 폭발이 레바논에서 더 큰 공격이 일어날 것임을 알리는 서막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의 지휘 구조에 큰 타격을 입히고 그들의 통신을 방해하는 것은 침공의 효과적인 전주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의 많은 행동과 마찬가지로, 삐삐 공격은 전술적으로 성공했지만 그 전략적 결과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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