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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28조 시장 잡는다… ‘지속가능항공유’ 진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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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석유 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를 투입하는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SAF 상용화가 시작되며 향후 SAF 관련 투자를 넓힐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SAF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급유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 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급유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 대한항공

SAF는 동·식물 유래 바이오매스나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연료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기존 항공유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동일해 항공기 개조 없이 섞어 사용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는 최근 SAF 전용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오는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국내 정유업계 SAF 전용 생산라인 준공은 SK에너지가 처음이다.

SK에너지는 오는 2025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SAF 생산판매를 위해 올해 6월 국제항공 분야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국제인증 ISCC CORSIA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SK에너지가 이번에 갖춘 SAF 전용 생산라인은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 처리)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바이오 연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에 5킬로미터(㎞) 길이 전용 배관을 설치했다. 이 배관으로 바이오 원료를 석유제품 공정에 상시 투입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SAF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한 폐자원 기반 원료 수급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에너지는 향후 SAF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SAF 전용 생산설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에쓰오일(S-OIL)은 8월 30일 인천-일본 도쿄 하네다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 공급을 시작했다. 에쓰오일의 대한항공 여객기 SAF 공급은 주 1회 이뤄진다. 이번 SAF 공급은 국내 공항 출발 상용 정기 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첫 사례다.

에쓰오일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정제 설비에서 시범 처리했다. 올해 4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ISCC CORSIA를 획득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6개월간 에쓰오일로부터 SAF를 공급받는다. 이후 6개월은 SK에너지의 SAF를 적용한다. 에쓰오일은 폐식용유를, SK에너지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친환경 정제 원료로 활용한다. 에쓰오일 역시 SK에너지와 동일한 코프로세싱으로 생산한다. 다만 SK에너지의 방식은 저장 탱크, 전용배관을 활용해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바이오 항공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으로 SAF를 생산한다. 국내 정유업계 중 처음으로 올해 6월 일본에 SAF를 수출하기도 했다. 또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7년 준공 목표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를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올해 4분기부터 SAF 시험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수익성을 따져본 뒤 기존 설비 활용이나 별도 증설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2023년 9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가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를 국내 최초로 공급을 받아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네스테가 공급한 바이오 항공유를 급유하기도 했다. 또 GS칼텍스는 SAF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정제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 SK에너지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 SK에너지

SAF는 글로벌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SAF 수요는 2022년 24만톤(t)에서 2030년 1835만t으로 70배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역시 오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유업계는 SAF 시장 규모가 2021년 1조원가량에서 오는 2027년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선제적으로 SAF 활용 방안을 세워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EU 회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를 2% 이상 넣도록 의무화했다. 오는 2025년에는 85%까지 점차 높인다. 일본 역시 올해 5월 2030년 기준 일본 항공사의 연료 소비량 10%를 SAF로 대체하는 의무 규정을 세웠다.

한국 정부도 SAF 활용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며 각종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의 SAF 생산공장 신설 투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투자 확정 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허가 절차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폐식용유 이외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SAF 생산이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 해외 바이오자원 공동 조사에도 나선다. 국내·외 기업과 한국석유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원료 확보·저장·유통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국토교통부와 함께 ‘SAF 확산 전략’을 공동 발표하며 “우리가 항공유 수출 1위 경쟁력을 지속 유지·강화하기 위해선 향후 국내 항공유와 SAF의 원스톱 공급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정부는 글로벌 SAF 시장 선점을 위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이번 전략에 포함된 정책을 차질없이 이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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