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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편견지사⑦] 같은 땀방울 흘려도…‘비전문적·보조’ 낙인찍힌 여성 자동차 정비사

투데이신문 조회수  

한 부자(父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한 의사가 아들을 보고 “난 수술 못합니다. 이 소년은 내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읽고 의아함을 느꼈다면 의사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편견 하에 일종의 편향적 사고를 행한 것이다. 사실 이 의사는 ‘여성’이자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처럼 특정한 직업, 인종, 성별 등에 대한 고정된 기대나 선입견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제한하는 사고의 오류를 ‘마인드버그’라고 말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들 말하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금남금녀의 벽과 임금 차별, 성차별로 가득차 있다. 실제 「투데이신문」이 현장에서 만난 보육교사, 간호사, CEO, 메이크업 아티스트, 대리운전 기사, 플로리스트, 자동차 정비사, 소방관, 인테리어 시공업자 등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향적인 관점을 지적했다. 

이에 연재 기획 [남녀편견지사]를 통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직업을 택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아냈다.

황신원씨가 자동차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황신원씨가 자동차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왕보경 기자】 자동차가 일상 속 꼭 필요한 필수품이 된 지금, 그 뒤에서 보이지 않게 구슬땀을 흘리며 바삐 움직이는 손길이 있다. 바로 자동차 정비사들이다.

차에 이상이 있거나 정기 점검을 위해 찾는 정비소에서 이들은 엔진부터 작은 나사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며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빠른 속도로 자동차가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는 시기 속에서 자동차 정비사에게는 단순한 수리 이상의 기술과 경험을 넘어 변화에 걸맞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다채로워지는 자동차업계와 달리 정작 이를 고치고 설비하는 정비 현장은 오랜 시간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변 정비소를 둘러봐도 남성 자동차 정비사들만 눈에 띄고, 여성 자동차 정비사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는 자동차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잘 알고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특히나 정비업계는 더욱 여성에게 척박하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와 애정에는 성별이 필요하지 않지만, 정비는 힘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남성 작업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편견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여성에게 관대하지 않은 업계에 들어선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은 당당히 여성 또한 자동차를 잘 고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성별에 대한 편견과 차별, 고정관념 속에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은 채 끊임없이 달려 나가고 있다.

황신원(25)씨 역시 세상 속 편견에 맞서 4년째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고 있다. 황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자동차 정비사이기에 부딪혔던 성(性)벽과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사연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황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황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사무 봐주시는 분 아니에요?”

대학교에서 피아노 전공한 황씨는 졸업 후 자동차 정비사인 아버지 사무실에서 사무업무를 도왔다.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고민도 많아 아르바이트 겸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봤는데, 그럴 때마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정비사들을 바라보며 사무실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다.

문득 어깨너머로 보기만 했던 일이 멋있어 보였고 자신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사무 업무만 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한두 개씩 기술을 배우게 됐고 그러다 보니 정비 일이 자신과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정비를 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했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힘든 모습을 보고도 정비 일을 하고 싶냐며 황씨를 다그치기도 했다.

무거운 공구나 물품을 드는 것은 물론 차 밑으로 들어가는 등 몸이 성할 날이 없으며, 정비소 특성상 옥외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더위에 고생해야 했고 겨울철에는 동상이 걸릴 정도로 추위에 떨며 작업해야 하는 힘든 환경에 딸을 둘 수 없다는 게 가족의 입장이었다. 특히 자동차 정비사는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인식이 큰 탓에 황씨가 남성에게 맞춰진 환경에서 일하는 것에 걱정이 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결정한 꿈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자신을 열정으로 뜨겁게 하는 일은 정비 일이 유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가족의 반대를 뚫고 자동차 정비사의 길을 걷게 된 황씨에게 또 한번에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사회 속에 잔존한 성별에 관한 편견이다. 

주변 동료들은 황씨를 자주 봐온 탓에 낯설어하지 않았지만 고객들은 달랐다. 찾아오는 고객에게 사무실에서 상담 및 견적을 봐준 뒤 본격적으로 정비 하려고 하면 고객들은 “사무만 하는 분 아니었냐”며 놀라거나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일부 고객은 황씨가 차량을 정비하려고 하자 대놓고 “왜 여기 여자애가 있냐”라고 무안을 주기도 했고 “여성 자동차정비사에게 정비를 받고 싶지 않다”며 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정비업계 특성상 남초 회사이며 힘이나 체력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인 만큼 이와 관련된 우려와 편견은 자주 듣고 겪은 탓에 그는 이제 이 같은 편견 섞인 목소리가 무뎌졌다고 말했다.

황씨는 “저희 정비소가 담당이 따로 있다기 보단 같이 일하면서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니까 당연히 저는 자주 하던 제 업무를 하려고 한 거였는데 편견 담긴 말을 들었다”며 “처음에는 너무 속상했지만 자주 듣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씁쓸해했다.

황씨가 근무하는 정비소. ⓒ투데이신문
황씨가 근무하는 정비소. ⓒ투데이신문

일상이 ‘홍일점’…결국 목소리를 내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동차 정비를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속해서 듣자, 황씨는 스스로 위축됨을 느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자신감도 점차 줄어들었고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 건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정비사의 길을 택한 이상 이 모든 편견을 극복하고 싶었고 보란 듯이 한 단계 성장하고 싶었다. 이에 그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로 했고 대림대학교 자동차 관련 과에 진학을 결심했다. 대학에서 자동차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우고 기술을 익히다 보면 업계에서도,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의지가 불타올랐다.

고된 노동 후에 퇴근을 해 학업까지 이어가야 하는 힘든 일정임에도 그는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쉴 시간, 잘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황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바로 자동차 정비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중요하며 여성이 해도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다는 인식을 알리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1학기를 등록하고 수업을 들었을 당시 정원은 9명이었으나 여성은 황씨 단 한 명이었다. 이후 추가 모집으로 3명이 더 들어와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이 총 12명이 됐지만 여전히 여성은 그뿐이었다. 아직도 여성에게 자동차 정비는 생소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등에서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글을 둘러봐도 “똑같은 월급 주는데 굳이 여자를 왜 뽑겠냐”, “여성이 수리하는 차는 못 타겠다” 등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짙은 편견도 한 몫했다.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싶어 그는 유튜브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주 일부라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거나 혹은 자동차 정비일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끔 하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다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자신의 직업 이야기를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 현재는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영상을 통해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소통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황씨는 “많은 여성분들이 제 영상을 보고 용기냈으면 좋겠다”며 “저 또한 유튜브를 하면서 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큰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투데이신문」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인식 실태에 대해 취재한 결과를 담은 주요 키워드표.

꼼꼼하고 성실함에도…아직은 ‘남성’을 선호하는 고객들

이처럼 그는 성별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쉬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실제 우리 사회는 황씨 같은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 보기 위해 일반 시민 20명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보통 ‘거칠다’, ‘남성적이다’, ‘기름냄새’, ‘힘이 세다’ 등의 느낌을 떠올렸다.

이 가운데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취재원 중 40%(8명)만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좀 더 꼼꼼하고 자세히 봐줄 것 같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털털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궂은일이고 힘들 텐데 대단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나머지 55%(11명)은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생소하다’ 등의 반응과 함께 ‘무슨 여자가 자동차 정비를 하냐’고 편견 섞인 반응을 보이거나 ‘보조정비사일 것 같다’는 답변도 나왔다.

여성 자동차 정비사에게 차량 수리 및 정비를 맡길 수 있냐고 묻자 60%(12명)은 남성 자동차 정비사를 보다 선호한다고 밝혔다. 여성이 꺼려지는 대표적인 견해로는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여태까지 여성 자동차 정비사를 본 적이 없어 남성 자동차 정비사가 더 믿음이 간다’, ‘전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등이 있었다.

심지어는 ‘보통 남자가 더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진심이므로 더 잘할 확률이 높을 거 같다’고 답변한 취재원도 있었다.

응답자 40%(8명)는 ‘평판이나 후기 등을 고려할 것’, ‘바가지 씌울 수도 있으니 인성 보고 판단하겠다’, ‘경력에 따라 맡기겠다’ 등의 의견을 내며 성별 보다 실력이나 서비스 등의 평가가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취재원 대부분은 ‘남성적’, ‘생소하다’ 등을 언급하며 짙은 편견을 드러냈고, 남성 자동차 정비사와 전문성과 체력 등을 비교했다. 하지만 일부는 ‘정비 업무를 하기 위해 거친 과정은 똑같을 것’이라며 성별이 아닌 실력 위주로 판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해당 취재로 자동차 정비사는 남성에게 적합한 직업이라는 편견이 잔존해 있으며,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은 실력이나 경력이 아닌 성별이 잣대가 돼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씨가 자동차 정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황씨가 자동차 정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낯설기만 한 자동차 앞 공구 든 여성

이 같은 편견은 실제 현장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실정이다. 황씨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도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객들의 편견은 물론 낮은 신뢰도로 상처받고 있는 데다 남성이 많은 업계다 보니 남성에 비해 관련 지원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성 자동차 정비사인 오산대학교 자동차과 장미정 교수는 “여성이 차량을 정비하는 것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는 자동차 정비가 힘과 기술을 요구하는 ‘남성적인’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며 “여성 정비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실력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비 업무의 육체적 강도에 대한 우려, 여성을 위한 교육 맞춤 훈련 프로그램 부족 등도 여성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저 또한 자동차 관련 자격증과 학위를 공부하기 위해 남자 자동차 정비사들 틈에서 교육받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남편이 뭐라고 안 하냐’, ‘나 같으면 쫓겨났다’ 등의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저 또한 정비사를 하면서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거나 불안해하면서 남자 자동차 정비사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등이 고객도 종종 접한 적이 있다”며 “그럴 때마다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자동차과 전공에 대학원까지 나오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정 교수의 말처럼 자동차 정비사의 안전사고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한 조사 연구(2024)에서 안전사고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 응답한 115명의 자동차 정비사의 성별은 모두(100%) 남자였다.

논문은 “자동차 정비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근무 환경과 작업의 근무 강도 때문에 자동차 정비 기술 자체를 3D업종으로 여기며 꺼리는 추세”라며 “주로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율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응답자의 성별이 모두 남자였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정비 업무의 육체적 강도에 대한 우려, 여성을 위한 교육 맞춤 훈련 프로그램 부족 등도 여성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일반인 상대로 셀프정비 수업을 해보면 여성분들이 상당히 많이 참여를 하고 궁금해 하지만 이들 스스로도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하는 탓에 시작도 전에 소극적인 반응을 많이 내비친다”고 짚었다.

황씨 역시 “가끔 SNS나 유튜브에서 다른 여성 자동차 정비사분이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그걸로 다른 여성 자동차 정비사가 있다는 것을 알곤 할정도로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며 “그럴 때마다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변화 맞은 정비업계…‘여성’이 필요해지다

이렇듯 여성 자동차 정비사를 향한 이유 없는 오해와 편견이 잔존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은 섬세하고 친근한 고객응대로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으며 정비업계 내 새로운 직무를 발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욱이 기계식 자동차를 넘어 모터와 센서로 이뤄진 전자제어시대에 돌입하는 시기 속 여성 자동차 정비사가 정비업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 더 나아가 사회에 남아 있는 직업별 성 역할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35년 경력의 한국자동차정비기능장협회 고안수 이사는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발전되면서 그에 맞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요구되는 상황인 가운데, 여성 자동차 정비사는 특유의 섬세함, 친근함으로 고객에게 정비와 함께 수리비 견적, 전산 등을 안내하는 양질의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정비업계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특히 두려움이 많거나 정비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들과 여성 손님 유입도 이끌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특성을 살려 ‘어드바이스 매니저’라는 직무를 맡을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자동차 관련 부품·온라인·유통 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동차 정비를 의뢰하는 고객은 응대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겼다. 자동차 정비에 따른 고객의 선택기준이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2018) 연구에서 자동차정비업체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일반 고객 225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동차정비업체를 선택하는 기준 중 고객응대 친절성은 고객만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는 “기업이 제공하는 친절은 고객의 감정 즉, 기쁨, 즐거움, 행복을 선사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신뢰와 믿음을 제공한다는 연구를 보아도 자동차정비업체의 전략 중 최우선 기초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여성 자동차 정비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동차 정비사라는 직업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로 알려질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절실하고 여성 자동차 정비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깨끗하고 안전한 작업 공간, 여성 전용 휴게 시설 등을 마련해 여성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친화적인 작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여성들이 정비 기술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등 여성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력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미디어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자동차 정비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서 여성 자동차 정비사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의견이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 정비사 취업의 문은 열려 있지만 아직 여성들의 진입장벽이 높고 ‘남성에게 적합한 직업’이라는 의식이 있어 이 같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며 “현재 자동차업계는 힘, 체력을 강조하던 환경에서 섬세한 소프트웨어 등을 다루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여기서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의 강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정비사는 소비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직군인만큼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이 정비에 이어 부드러운 응대 등으로 충성고객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더욱이 남성, 여성 자동차 정비사가 함께 일하게 되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면서 상호보완이 돼 정비업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황씨가 정비 업무의 일환으로 자동차 바퀴를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황씨가 정비 업무의 일환으로 자동차 바퀴를 다루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여성들이 걷기엔 너무나도 척박했던 정비업계는 이제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의 도전과 용기로 점차 평등하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은 수많은 편견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들은 성실하게 땀 흘렸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로써 세상은 점차 변화를 맞았고 이들은 더욱 다양한 기회를가지게 됐다.

이제는 자동차 정비사를 성별이 아닌 고도의 기술을 다루고 안전을 선물하는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더 나아가 직업에 ‘성별’의 잣대를 두지 않고 오롯이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전국 많은 여성 자동차 정비사들은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 자동차 정비사의 수가 적을 뿐이지, 저희도 남성 자동차 정비사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요. 모두 같은 땀방울을 흘리고 같은 실력, 경력을 지녔다는 거 알아주셨음 합니다. 성별로 인한 구분이 아닌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자동차 정비사 황신원)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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