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이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들로만 이뤄진 우주 미션 ‘인스퍼레이션 4’를 수행한지 3년 만에 또다른 최초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민간인 우주 탐사 미션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의 임무를 이끄는 아이잭먼은 미국 우주업체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와 함께 우주 유영에 나섰다.
해치를 열고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우주 유영'(Space walk)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모두 정부 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진행한 매우 위험한 미션이다. 더욱이 대부분 우주 저궤도(최대 고도 433km)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됐지만, 아이잭먼은 민간 최초의 기록을 썼을 뿐만 아니라 600km 이상 고도에서 진행해 놀라움을 줬다.
다만 ISS 진행되는 우주 유영과 달리 이번에는 민간인이 위험한 고도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우주캡슐 안쪽에 발을 두고 한 손으로는 캡슐에 설치된 지지대를 잡은 채 팔과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형태로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ISS에서는 보통 몇 시간 동안 진행되지만 이번 민간 임무는 10분만 짧게 진행했다.
이날 오전 6시 12분, 우주의 광활한 진공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우주캡슐 내 압력을 서서히 낮췄고, 해치가 열려 우주 공간에 노출된 뒤 민간인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에 탯줄처럼 붙어있는 줄을 이용해 산소를 공급받아 숨을 쉬었다.
임무에 참가한 또 다른 민간인 2명, 스콧 포티와 안나 메논은 우주선 안에 남아 외부로 나간 크루들의 상태를 체크했지만 이들 역시도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도 진공 상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우주 유영은 진공상태뿐만 아니라 미세한 파편까지 조심해야하는 위험한 임무다. 아이잭먼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에 작은 운석 조각들에 부딪힐 경우 우주복에 구멍이 생겨 비행사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가 이번 임무를 위해 내구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우주복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우주 유영이 진행된 고도(730km 고도)가 위험성을 높였다. 아이잭먼은 낮은 고도에서는 ‘미세 운석 및 궤도 파편'(Micrometeoroid and Orbital Debris; MMOD)이 자연적으로 연소하지만, 높은 고도, 특히 600~1500km에는 많은 파편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행히 4명 모두 안전하게 우주 유영에 성공하자,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엑스(X · 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유영을 성공한 폴라리스 팀과 스페이스X를 축하한다”며 “오늘의 성공은 민간 우주산업의 큰 도약과, 활발한 미국 우주 경제를 구축하려는 NASA의 장기 목표를 보여준다”고 축하했다.
아이잭먼과 함께 폴라리스 던 임무를 계획한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생중계 화면을 공유하면서 “우주유영을 위해 드래건에서 나오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폴라리스 던의 민간 탑승자를 태운 크루 드래건은 지난 10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됐다.
11일까지 지구를 6바퀴 이상 타원형 궤도로 돌면서 최고 1400km 고도까지 상승했다. ISS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로, 1972년 달 탐사 이후 반 세기만에 인류가 비행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방사능 영역인 ‘밴 앨런 대'(Van Allen belts) 일부를 통과하기도 했다. 약 1000km 고도에서 시작되는 이 대역은 태양에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 입자가 집중돼 지구의 대기와 상호 작용하면서 위험한 방사선 대역을 형성하는 구간이다.
민간 우주 유영에 성공한 우주선은 약 5일간 우주에 머문 뒤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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