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북한의 공화국 창건을 기념하는 국경일 ‘9·9’절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와 행보에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은 9·9절을 앞두고 오진우 명칭 포병 군관학교와 해군기지 건설 현장 등 유독 군사 분야 시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의 집무실이자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先代) 묘역인 금수산태양궁전에 김 위원장이 참배할 지도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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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절 행사 참여 없이 별도 연설 ‘이례적’
이튿날인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여느 때처럼 김 위원장의 국경절 메시지를 보도했는데, 여러 모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먼저 김 위원장은 9·9절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으로 김 위원장은 행사에는 참석했는데 5년 단위의 정주년인 2013년(65주년), 2018년(70주년) 등은 김 위원장이 빠지지 않고 참석한 반면 비(非)정주년에는 대부분 불참했다는 점에서 올해 9·9절 행사 불참은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정 지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 점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9·9절에는 연설한 적이 없다. 행사에 와도 보고만 갈 뿐이었다. 창건절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부를 모아 놓고 별도 연설행사를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 수해 복구·경제 사업에 ‘방점’…”대내(對內) 메시지”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무장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상당 부분 드러냈다. 그러나 연설의 대상은 주변국이 아닌 내부를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북한 경제 개선 추진 활동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역점 사업으로 내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비롯해 각종 경제 분야 정책 추진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는 “20개 시군에서 주요지방공업공장의 실체가 예상했던 그대로 뚜렷해지고 있다”며 “농사 작황도 전반적으로 괜찮고 그만하면 좋은 결실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수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당과 정부가 자연재해 대응에서의 허점과 공간을 새롭게 세밀히 투시하고 앞으로의 전망적이고 불가역적인 방지 대책을 강구했다”고 했다.
간부를 대상으로 연설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해 상황을 의식해 국가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올해 성과 독려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의도”라며 “수해로 올해 성과에 대한 조바심이 저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체제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내부 결속을 더욱 강화시키고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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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로서 민심 다잡기…온전한 ‘김정은 시대’ 강조
경제난에 수해까지 겹치며 김 위원장은 내치(內治)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민심 안정이 곧 체제 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수해복구와 더불어 주민들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정에도 주력하며 지도자로서 면모를 과시하는 김 위원장은 한편으로는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先代)와 거리를 두며 스스로 우상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국무위원장에 오른 첫 해 금수산태양궁전을 11차례 찾았다. 2013년에도 10회, 2015년 8회로 권력 장악 초기에는 선대의 영향력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7~202년 당중심체제 전환기에는 연 3~6회 참배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2022년 1회, 2023년 2회, 올해 1회 등 최근 들어 급감했다. 독자적 우상화 기간을 거치며 참배의 필요성과 상징성 줄여가는 모양새다. 특히 특정일 참배 여부의 경향이 나타나기보다는 참배 자체가 줄어들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온전한 ‘김정은 시대’를 알리려는 의도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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