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밤하늘 환히 빛나는 보름달은 풍요로운 추석의 상징이다. ‘추석(秋夕)’의 어원도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의미한다. 첨단과학시대가 된 지금도 보름달은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다. 몇몇 가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우리의 흥미를 끌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한가위를 맞아 보름달과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절구 찧는 달토끼, 정체는 ‘마그마’가 굳은 자국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보름달 이야기는 ‘옥토끼 신화’다. 보름달에서 옥토끼가 절구에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달에 사는 토끼인 옥토끼의 원래 이름은 ‘은토끼’다. ‘옥토(玉兎)’ ‘은토(銀兎)’ ‘월묘(月卯)’ ‘선토(仙兎)’라고도 한다. 옥토끼가 절구로 찧는 것은 사실 떡이 아니라 불로장생의 묘약이라고 한다.
이 옥토끼처럼 보이는 달 문양은 사실 ‘현무암’으로 이뤄진 지형이다. 달은 탄생 직후 매우 뜨거운 상태였다. 지형 곳곳에 용암이 분출되고 마그마가 흘러내렸다. 이때 현무암질 마그마가 달 표면을 덮으며 서서히 식었고 이것이 옥토끼 모양이 된 것이다. 이를 ‘달의 바다(lunar maria)’라고 부른다. 이중 토끼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은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다.
흥미로운 점은 지구에서 달을 바라보는 앞면에 달의 바다 84%가 존재한다. 반면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달의 뒷면에는 16% 정도의 달의 바다가 존재한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겹치면서 우리 조상들이 보름달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오싹한 ‘보름달 괴담’, 사실은 근거없는 ‘거짓’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보름달은 긍정적 상징이다. 하지만 유럽 등 서구권에서 보름달은 ‘공포’와 ‘광기’를 상징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미치광이’를 뜻하는 단어 ‘루나틱(Lunatic)’도 ‘달’을 뜻하는 라틴어 ‘루나(Lunar)’에서 파생됐다. 늑대인간, 흡혈귀 전설이 보름달 뜬 밤을 무대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름달이 인간의 광기, 범죄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다소 부족하다. 2019년 미국 뉴욕대 마론도시관리연구소 연구팀은 미국, 멕시코, 호주 3개국을 대상으로 ‘달 효과’(lunar effect)를 분석했지만 범죄, 사고 발생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 오히려 보름달이 뜬 캘리포니아 지역에선 범죄율이 줄었다.
최근 연구된 바에 따르면 간질,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소문도 도시전설에 불과했다. 터키 발르케시르대학교 의대 연구진은 간질 진단을 받은 소아 환자 199명을 대상으로 보름달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보름달의 주기와 간질 발작 빈도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 보름달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보름달,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보이는 ‘슈퍼문(Super moon)’ 현상이 지진을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기조력’이 증가, 쓰나미와 지진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조력은 달이 해수면 높이 차이를 일으키는 힘이다. 실제로 달과 지진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된 일도 있다. 2016년 일본 도쿄대 지질물리학과 연구팀의 발표다.
도쿄대 연구팀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보름달이 뜨면 지구를 잡아당기는 중력 세기가 강해진다. 이 경우 ‘조석 변형력(tidal stress)’도 강해지게 된다. 조석 변형력은 밀물이나 썰물 같은 바다의 조류가 해저 지면에 가하는 힘이다. 이렇게 되면 해저 지질이 불안정해져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연구진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2010년 칠레 지진, 2011년 일본 대지진 모두 발생 2주 전 조석 변형력 변화가 있음도 확인했다.
다만 현재 과학계에서는 슈퍼문과 지진, 쓰나미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달이 밀물과 썰물, 지하수 수위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제 지진 발생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엔 그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름달과 지진 발생 간 연관성은 향후 추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 추석vs대보름, 언제 더 큰 보름달이 뜰까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보름달의 상징인 추석일까. 아니면 이름 그대로 정월대보름이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 그때 다르다’이다.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는 일정한 지름의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다. 때문에 각 시기별로 지구와 달 간 거리가 달라진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만4,400km.지구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는 36만3,300km, 가장 멀어지면 40만5,500km다. 이 두 시기의 보름달 크기 차이는 14%나 난다. 하지만 이 주기는 약 2일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해에는 추석이, 어느 해에는 정월대보름이 보름달이 커보이게 된다.
아울러 주기 차이는 보름달이 뜨는 시간, 날짜도 매번 바꾼다. 때문에 매년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추석에 보름달이 뜨는 시간을 알려준다. 올해 추석에는 오는 17일 서울 기준 오후 6시 17분 보름달이 뜰 예정이다. 가장 높이 뜨는 시각은 자정을 넘어 18일 0시 4분이다. 달이 태양의 반대쪽에 위치해 완전히 ‘둥근달(망, 望)’이 되는 시각은 추석 다음날인 9월 18일 11시 3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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