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2일 정치권 안팎에서 김건희 여사의 최근 공개 행보를 두고 ‘권한을 넘어선, 민심 무시 행보’란 비판이 나오자 “여사의 행보를 정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또 “영부인으로서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를 꾸준히 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 중 하나가 정신건강이고, 영부인의 역할은 대통령이 챙기지 못하는 곳의 목소리도 함께 듣는 것도 있다”며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반박했다.
김 여사는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피자·치킨 등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처분 권고 뒤 김 여사가 이러한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상식적으로 민심이 어떤지 대통령 내외분들이 좀 정확히 알아줬으면 좋겠다. 제발 좀 가만히 계시면 안 되나”(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민심을 무시하고 있다”(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여사가) 국민 앞에 진솔하고 겸손하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때”(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김 여사가 현장 방문 당시 권한을 넘어 ‘통치권자’를 방불케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 조정회의에서 “현장에서 김 여사가 ‘경청, 조치, 개선’ 같은 단어를 쓰는 모습은 마치 자신을 통치자로 여기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과 보도를 보니 V1(대통령을 지칭)이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쪽에서는 이런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김 여사가 앞으로도 비슷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김 여사의 행보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한 것이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온 행보”라며 “김 여사는 소외계층 지원하고 자살 예방 관련 행보를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도 약자, 소외계층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를 꾸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성을 봐달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전주’ 손아무개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돈줄’ 역할을 하며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손씨와 김 여사의 역할이 유사한 측면이 있어, 손씨에 대한 유죄 선고는 김 여사 처벌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날 선고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에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한겨레 이승준 기자 /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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