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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이커머스 뜨고 철강·화학 지고…중국 ‘500대 기업’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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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그리는 구조조정 성과 분명히 보여줘…

민간기업 중엔 JD.com 12위로 가장 높은 순위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화웨이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이날 공개된 화웨이의 3단 폴더블폰 메이트 XT를 살펴보고 있다. 2024.09.10.

경기부진 속에서도 중국 산업 구조개편은 시나브로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기준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 집계에서 IT와 모바일, 가전, 전기차 등 첨단 신산업 기업들의 순위가 상승하고, 철강이나 화학 등 기존 장치산업 기업들의 순위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중국 경제매체들에 따르면 중국기업연맹 및 중국기업가협회는 2024년 중국 500대기업 정상 포럼 행사에서 올해 ‘중국 500대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 중국 500대 기업 명단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민간 IT기업들의 약진이다. 상위 1~11위는 전력, 석유, 건설, 철도, 철강 등 인프라 중심 국영기업과 각종 국유은행들이 채운 가운데 민간기업 중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징둥(京東)을 운영하는 JD.com이 1조847억위안(약 204조원)의 영업수입(중국의 매출액 개념)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12위에 올랐다. 지난해 15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역시 중국 IT기업을 대표하는 알리바바(약 174조원·21위), 텐센트(약 115조원3·7위) 등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중 순위가 정체된 기업은 마윈 회장이 공산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난 후 부침을 겪고 있는 알리바바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순위는 매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쇼핑과 딜리버리는 물론 공유자전거까지 섭렵한 온라인 플랫폼 메이퇀도 올해 99위로 처음 10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126위였다.

통신과 통신장비업종의 약진도 눈에 띈다. 500대 기업 중 31개가 포함됐다. 국영기업을 제외하면 공산당의 총아이자 미국과 산업전쟁 최전선에 배치된 화웨이(약 133조원·30위)가 가장 순위가 높았다. 반도체 규제 등으로 기복을 겪었지만 기업의 위상 면에선 순항중이다.

가전 및 패널기업들도 500대 기업에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 73위인 메이디그룹(약 71조원)을 필두로 하이얼(약 70조원·74위) 등이 100위권에 포함됐고 초전기(약 38조원·133위), 하이센스(약 38조원·135위), BOE (약 33조원·154위) 등도 순위를 끌어올렸다.

전기차 기업 및 전기차용 배터리 기업들의 순위도 높아졌다. 국영기업들을 제외하면 BYD(약 113조원·39위)의 순위가 가장 높았는데, 지난해 65위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리차 순위는 68위에서 53위로, CATL의 순위는 85위에서 67위로 상승했다. BYD는 지난 2022년 연간 완성차 판매량 300만대를 넘어선 이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면에선 테슬라를 제치고 1위가 됐다.

예성지 중국자동차제조협회 수석엔지니어는 “중국의 신에너지형 미래자동차들이 공급망과 시스템 면에서 전세계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했다”며 “국내 부품업체들의 약한 시장경쟁력 등 약점에도 집중해 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AP/뉴시스]지난 4월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오토쇼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BYD) 부스에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2024.06.12.

상대적으로 순위가 하락하는 업종을 보면 중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중국 국영 철강공룡 바오스틸이 11위(약 210조원)로 민간기업인 JD.com에 추월당하기 직전인 가운데 민간철강사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샤강그룹은 98위에 그쳤다. 2022년 87위, 2023년 93위로 계속 미끄러진다. 중국 철강산업의 매출과 이익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 반영된 순위다.

중국 철강산업의 수익성은 2022년 이전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사실살 개점휴업에 들어가며 철강가격은 브레이크 없이 추락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 철강 수요가 크게 줄었다. 게신 랑게스틸연구소 부소장은 “그나마 고부가가치 제품과 특수강을 생산해 명목을 유지해 온 일부 철강사들끼리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화학업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500대 기업 중에 화학 기업 21개가 포함됐는데, 올해는 17개로 줄었다. 한때 중국 산업의 근간이었던 석탄업종은 이제는 발을 붙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2년엔 500대 기업에 4곳이 포함됐었는데, 올해는 2곳에 그쳤다.

달라지는 500대 기업 지형도는 중국 정부가 그리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이 일단 이뤄지고 있음을 큰 틀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티안리후이 난카이대 개발연구소 연구원 “기술혁신과 시장다각화, 녹색전략이 민간기업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경로로 간주되고 있다”며 “전통적 영역의 민간기업들도 디지털 수단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산업의 주요 축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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