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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명 사망·실종…’30년 만의 최강 태풍’에 베트남이 뭉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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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야기의 여파로 폭우와 산사태가 발생해 매몰된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성의 한 마을에서 11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EPA 연합뉴스

베트남에서 ’30년 만의 최강 태풍’ 야기와 이후 이어진 폭우로 홍수·산사태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야기가 상륙했던 7일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사망자는 12일 오전 9시 30분을 기점으로 사망 199명·실종 128명·부상 807명으로 늘었다. 북부 지역이 수십 년만의 최악의 피해에 휩싸인 가운데 피해를 입은 북부 주민들을 돕기 위한 따뜻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오토바이
지난 7일 태풍 야기로 인한 강풍이 몰아치자 베트남 하노이 녓떤다리 위에서 차량들이 오토바이들을 위해 줄지어 운행하고 있는 모습/페이스북 캡쳐

◇ 강풍에 휘청이는 오토바이 위한 ‘자동차 벽’
야기가 베트남 북부에 상륙한 지난 7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시 녓떤다리에선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야기가 몰고 온 강풍에 다리를 건너던 오토바이들이 휘청거릴 정도로 주행이 어렵자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차벽처럼 줄지어 운행한 것이다.

하노이 시내 롯데센터 앞 고가도로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힘겹게 주행하던 오토바이 옆으로 차량이 붙었고 뒤따르던 차량도 상황을 파악하고 오토바이가 안전히 운행할 수 있도록 동참했다. 도로 위에 세워진 차벽을 목격한 인근 아파트·건물의 시민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화제가 됐다. 도움을 받은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바람을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엄청난 친절함과 감동도 처음 느껴본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뱃사공
태풍 야기의 여파로 북부지역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겪자 흐엉사 뱃사공들이 배를 싣고 타이응우옌으로 달려가 구호 활동에 동참했다/페이스북 캡쳐

◇관광객 위해 젓던 배 싣고 달려온 뱃사공들
태풍 야기는 상륙 당시에도 꽝닌·하이퐁·하노이와 인근 북부 지역을 헤집어 놨다. 야기는 이후 열대저기압으로 약화됐으나 야기가 바꿔 놓은 대기 순환으로 폭우가 쏟아졌고 이후 홍수와 산사태가 북부지역을 덮쳤다. 10명 안팎이었던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북부지역 곳곳이 침수됐다. 불과 며칠 사이 수천, 수만 명이 집을 잃었고 도시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지역도 속출했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타이응우옌과 인근 옌바이도 크게 침수됐다. 이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은 흐엉사의 사공들이다. 하노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흐엉사는 사공들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1시간 동안 옌강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다. 불교신자들과 관광객들을 배로 나르던 흐엉사의 사공들은 9일부터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배를 차에 싣고 타이응우옌으로 달려갔다.

야기의 여파로 배를 나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달려온 흐엉사의 배는 모터보트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마을 곳곳까지 닿았다. 사공들은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해내기도 했고, 라면·생수·약품들을 전달하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뱃사공 리 더우 더우 여사는 침수된 타이응우옌에서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무사히 병원으로 옮겼다. 흐엉사의 뱃사공들은 이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산간지대 라오까이성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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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가 심각한 옌바이성 이재민들에게 보낼 음식을 만들고 있는 베트남 시민들의 모습/베트남 정부공보

◇ “온전한 나뭇잎이 찢어진 나뭇잎을 보호하듯”…중·남부에서도 온정 이어져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우리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북부의 형제들을 어떻게 외면하겠습니까” 베트남 중부 다낭에 거주하는 히엔씨는 ‘중부 토박이’다. 베트남 중부지역은 매년 크고 작은 태풍들이 지나가 살기 가장 척박한 곳으로 꼽힌다. 꽝찌성 출신인 히엔씨는 12일 본지에 “어릴 적부터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에 시달려서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히엔씨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전날 돈을 모아 북부지역 이재민들을 위해 라면 20박스와 생수 10박스, 헌옷을 기부했다.

중부지역은 물론 남부 호치민시에서도 북부지역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자원봉사단체들은 물론 개인들도 곳곳에 마련된 구호물품 접수처에 라면·생수 등 음식과 각종 생필품을 기부했다. 쭝투(추석)을 앞두고 있어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월병을 챙겨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국 곳곳에선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모여 북부지역 이재민들에게 보낼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베트남 공산당 전위조직인 조국전선위원회도 태풍·홍수피해를 입은 북부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등 주요 고위직 인사는 물론 전국 곳곳의 공무원, 기업체와 시민들도 성금모금에 동참했다. 어린 학생들도 저금통을 들고와 동참하기도 했다. 호치민시에선 76세의 노교수가 태풍과 홍수 피해에 써달라며 자신의 노후를 위해 저축했던 10억동(547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성금 모금에 참여한 하노이 시민 띠엔씨는 “우리 가족은 다행히 태풍 피해를 덜 겪었지만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며 “온전한 나뭇잎이 찢어진 나뭇잎을 보호한다는 베트남 속담이 있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려울수록 더욱 뭉치는(단결하는) 것이 베트남 민족의 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10일 북부지역 태풍·홍수 피해지역을 위한 성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공산당 전자신문

국제사회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호주가 가장 먼저 300만 호주달러(약 26억 8700만원)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고 미국도 100만달러(13억 4200만원)의 긴급 구호 지원에 나섰다. 일본도 일본국제협력기구 자이카(JICA)를 통해 베트남에 긴급 구호물자를 제공했다. 한국 정부도 12일 베트남에 200만달러(26억 836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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