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비교해 좁은 상설대출제도의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의 디지털화 진전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비중 확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상설대출제도란 중앙은행이 적격담보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의 수요에 따라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로서, 시장금리보다 높은 벌칙성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기 시장금리의 변동성을 억제해 통화정책 수행을 뒷받침하는 한편,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12일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4년 9월)’를 발간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2회 이상 작성되는 것으로, 이번에는 금융통화위원회 황건일 위원 주관으로 작성됐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안정 수단으로 상설대출제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자 대상기관과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해왔다.
주요국은 기본적으로 은행과 함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신용협동조합, 저축대부조합 등)을 대상기관으로 넓혔으며, 적격담보도 시장성 자산(국공채, 회사채, 자산담보부 증권 등)에 더해 비(非)시장성 자산인 금융기관의 대출채권까지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불안 발생 시 가산금리 인하, 적격담보 범위 및 대상기관 확대 등을 통해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왔다. 일례로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사태 이후 미 연준은 미 국채 등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1~5%에서 0%로 낮추는 한편, 예금취급기관 등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 기간 대출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도입해 운영했다.
한국은행도 작년 7월 상설대출제도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100bp(1bp=0.01%p)에서 50bp로 낮추고 적격담보 범위에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권과 지방채, 우량 회사채를 추가한 바 있다. 대출 만기도 최대 1개월(연장 가능)에서 3개월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하면 대출 대상기관과 적격담보 범위가 여전히 좁은 실정이다. 한은법상 지원 대상이 금융기관으로만 한정돼있고, 적격담보 인정 대상도 증권과 국채, 통안채, 회사채 등으로만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융의 디지털화 진전,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비중 확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주요국의 경험 등을 참고해 대출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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