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향후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실적 개선과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진전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또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다소 작아지고 있지만 노동시장 위축 신호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12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4년 9월)’를 발간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2회 이상 작성되는 것으로, 이번에는 금융통화위원회 황건일 위원 주관으로 작성됐다.
한은에 따르면 내수의 핵심 부분인 민간소비는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누적된 물가상승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소득개선 지연 ▲여타 구조적 및 특이 요인 등에 주로 영향을 받아 회복이 지연됐다.
특히 생활물가의 누적상승률(2021년 이후)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취약계층(고령층·저소득가구 등)의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기준 전체 소비자물가 및 생활물가는 2020년 말 대비 각각 14.2%, 1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는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감소세다. 작년 6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된 것도 승용차 판매 부진을 유발해 내구재 소비 감소를 유발했다.
한은은 “앞으로 민간소비는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돼 점차 회복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라면서 “다만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적 요인, 자영업자 업황 부진은 소비 회복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수요에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실업률은 올해 들어 2% 중후반인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업률 갭(실업률과 자연실업률 2.9% 간 차이)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면서 “올해 실업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것도 실직률 상승이 아니라 취직률 하락에 주로 기인한다”고 했다.
취업자수 증가세가 5~6월 중 다소 빠르게 둔화한 것도 유의할 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분기(월평균) 29만4000명에서 5월 8만명, 6월 9만6000명 등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최근 취업자수 증가 폭 둔화를 인구,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의 세 가지 요인으로 분해해보면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 둔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최근 경제활동참가율 둔화는 그동안 추세를 상회하면서 빠르게 증가하던 노동공급이 다소 조정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에도 노동시장 위축의 뚜렷한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도 완만히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비경제활동인구 내 잠재구직자가 상당폭 감소한 것은 향후 노동공급 증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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