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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물질하고, 그림 그리고…30대 삐약이 해녀 이유정씨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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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유산과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 대를 잇는 해녀 5년 차 이유정씨가 물질로 얻은 소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부두완 기자

해녀는 국가무형문화유산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녀의 물질은 역사로 기록되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도 존재 한다. 그리고 항일운동으로 민족의 역사에서 거룩한 정신은 기록됐다. 후배 해녀들은 이같은 깊은 뜻을 이어가고 있다.

해녀는 어머니로서가 아닌 생명을 지탱하는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다. 그 울림은 척박한 땅 대신, 생명을 거는 바다에서 물질은 또 하나의 농사이기 때문이다. 그 숨비소리(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는 제주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제주의 해산물 가치와 청정 이미지를 전국에 드높였다. 해녀가 손을 내밀 때 바다는 내어줬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내어주진 않는다. 바다를 사랑하고, 아끼고, 욕심내지 않는자에게만 넉넉하게 내어준다. 그 어록은 해녀들만 알고 있다.

대대로 이어지는 하군에서 중군, 상군(해녀 중에서 호흡이 길고, 더 깊게 잠수하고, 더 많이 수확하는 고참 해녀를 뜻함)이 될 때면 더 깊은 마음으로 얻는다는 것을 안다.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던 바다는 인간의 욕심으로, 무지함으로 바다는 점점 황폐해지고, 오염되어, 내어주던 넉넉한 인심은 사라지고 있다. 바다는 인간에게 많은것을 내어준다. 그 내어줌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은 사라져간다고 청년 해녀는 눈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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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해녀 이유정씨는 물질 하기전에 먼저 해양 쓰레기를 건져 올린다. 해녀들의 안전한 물질이 우선이고, 황폐해지는 바다를 막기위해서다./이유정

쓰레기를 바다에 내버리는 죄책감 없는 행동은 또 다시 해녀삼춘(제주톳)과 해녀들에게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해양쓰레기를 줍고 물질한다는 삐약이 해녀 이유정씨를 만났다.

제주시 이호동 태생인 이유정씨는 30대 중반의 해녀이자 사업가, 화가이다. 제주시농협 서부지점(이호동)에서 지난 1일부터 10월31일까지 두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기자를 만나자 마자 대뜸 해양쓰레기 사진을 내밀며, 어선이 제주바다에 버리는 페트병은 연간 370만병, 그리고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는 우리 해녀들과 위험하게 한다고 속상해 했다.

해양쓰레기로 인해 상군 해녀들이 불행한 일을 당했을때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진다. 삐약이의 기세에 눌려(?) 아이스아메리카노 1회용기를 들고 있는 기자는 손을 떨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려면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쉼없이 다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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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이유정씨는 다시 학업을 시작해 제주대 미대3학년에 재학중이다. 이 작가의 그림은 자기 생활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이유정

-해녀가 된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어린시절 아버지가 어부였어요. 우리 마을에 해녀들이 참 많았는데 그때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해녀가 되는줄 알았어요. 저는 아버지가 잡아온 물고기만 그리는 그림쟁이 였는데 이후 대학은 중국어를 전공해서 평범한 회사 생활했어요. 하지만 그게 나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했었요. 특히 미대 가는 것을 반대한 부모님의 뜻과 나의 욕구가 충돌하기 시작했어요. 어릴 때를 회상해보니 ‘아 맞다. 나 해녀하고 싶었지’ 그길로 해녀학교를 등록하고 벌써 5년차입니다.”

-중국어과 졸업하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대 입학한 동기는. 중국어도 유창하게 하던데.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걸 좋아했지만 부모님 반대했어요. 미술을 가르치기 힘든 형편이었던 것 같아요. 더 늦기전에 용기를 낸거죠. ‘내돈내산’ 나의 능력으로 나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림을 배우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림의 특징은 무엇을 전달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역시 디자인학 박사라 눈치가 빨라요. 제가 그리는 그림은 저만의 그림이고, 저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해녀의 모습, 그리고 제가 느끼는 제주바다와 해녀의 아름다움을 저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녀의 표정과 대답에서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질하기 전에 해양 쓰레기를 먼저 건저 올리는 이유는.

“해양쓰레기로 인해 물질하는 우리 해녀들이 위험에 처해 다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쓰레기를 하나 둘 주워오다 보니 나도 버릇이 들었습니다.”

-청년해녀가 현재 99명이라는데 청년해녀에 대한지원정책은 어떤게 있나요.

“현재 40세미만 해녀에게는 신규해녀정착지원금이 월 50만원씩 3년간 지급됩니다. 그리고 해녀 의료비 지원 혜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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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씨가 운영하는 해녀고기집. 돼지고기와 전복이 구워지고 있다. 이씨 식당은 또 하나의 미술관이다. 그리고 이유정 작가가 직접 만든 테왁 굿즈가 시선을 멈추게 한다./부두완 기자

이후 해녀 작가가 운영하는 해녀고기집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기자를 웃게 만든건 해녀고기집 고기는 물고기가 아니였다. 연탄에 구워먹는 고갈비, 각재기, 옥돔, 갈치 정도로 생각했는데 상상이 빗나갔다. 돼지고기 연탄불 구이집이다.

고기는 물질해서 갓잡아 올린 해산물처럼 싱싱한 흑돼지였다. 목살고기 붉은색속 하얀 띠는 맛 지도를 그린 것 같았다. 고기를 연탄불에 구워 낼 때, 하얀 띠는 자글자글거리며 붉은 살고기에 고소한 맛이 스며들었다. 육즙의 향기는 나의 젓가락질을 유도하고 있을 무렵, 이 시가 100년전 해녀가 입던 해녀복 입고, 가위와 집게를 들고 나타났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어부셨지만 생선을 잡아오면 동생과 어머니는 생선을, 아버지와 나는 고기반찬 없으면 밥을 먹지않았어요.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해산물도 내놓아요. 성게도 한 접시 내놓으면 손님들이 무척 좋아해요. 바다가 주는 자연의 맛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는 고기집을 운영하는 것은 돈도 벌어야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사회활동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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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씨가 직접 잡은 소라를 들어보이고 있다./부두완 기자

-해녀평균 수입을 물어봐도 되나요.

“제주도청 통계로 해녀 평균 수입은 연간 684만원 정도 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적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누구나 딱 그정도다 할 순 없지만 점점 더 줄어들고 있어요. 어촌계마다 해산물이 달라 수입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해녀 물질한 수입만으로는 생계가 원활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직업을 겸하는 젊은 해녀들이 많은걸로 알아요.”

-대선배 상군 해녀들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물질을 하다보니 위험하기도하고 쉽지 않은 물질을 꾸준하게 하면서 노하우가 무었이냐고 삼촌들(동료 해녀를 뜻함)에게 물어 봤어요. 삼촌들은 하나같이 너무 오랫동안 물질하다보니, 이젠 게으르고 싶어도 게으르지 못하고 계속 물에 들어가는게 습관이 되었다고 했어요.”

이는 해녀들의 생활력이다. 그안에 지탱해 온 단단한 마음과 힘이 느껴진다. 해녀들과 같은 생활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요즘은 뭐든지 편리한 세상인데 10m 이상 수심에서 바다가 내어주는 겸손한 차림상을 얻는다. 그 얻음에 부족한 마음이 없는지, 나 스스로에게도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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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해녀들이 제주 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을 보여주고 있다/부두완 기자, 이유정

-마지막으로 청년해녀로서 또래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물었다.

“바다가 내주는 가치를 잘 보존해주고, 안전한 물질이 되도록 정부나 도청에서 잘 보살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 많은 청년해녀들이 배출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해요.”

그는 고기한점과 성게를 싸먹는 방법을 알려주며 인터뷰를 마쳤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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