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IT업계에 인수합병(M&A) 큰 장이 섰다. 노키아와 인텔의 일부 사업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 M&A 의지를 피력한 삼성전자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확실한 판이 아니면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인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대형 M&A가 자칫 그룹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를 놓고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현재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거나 분사 또는 경쟁사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 중이다.
9월 중 이사회를 여는 인텔은 자회사인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기업 알테라와 자율주행 시스템 업체 모빌아이 지분 매각 검토에 나섰다. 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 역시 매각 고려 대상이다.
M&A를 위한 삼성전자의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현금 등 자산은 2023년 말(91조7718억원)보다 9.8% 증가한 100조765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20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실적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자장치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형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분 투자하거나 AI 관련 글로벌 스타트업 인수 등 작은 규모로만 진행해왔다.
수년 전 ARM, 인피니언, NXP 등 인수를 타진한 적 있지만 높은 인수가격과 경쟁당국 독과점 규제 우려 등으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새 M&A도 많은 사항이 진척돼 있어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한 부회장은 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키아 M&A와 관련해 “빅딜은 기대하는 만큼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또 넘어야 될 산들이 많아서 쉽게 의사결정을 지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항상 말한대로 기존 사업을 더 강화하는 방법으로 M&A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드러냈다.
다만 “M&A는 필수적이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빅딜을 계획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M&A의 트렌드가 8개 경쟁당국의 규제의 벽을 넘기 힘든 빅딜보다는 스몰딜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10조원 이상을 투입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 사례처럼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빅딜이 향후 그룹의 대형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M&A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해 SK하이닉스가 출범한 ‘솔리다임’은 2021년 2분기 이후 11개 분기동안 적자를 이어가며 ‘아픈 손가락’이 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추진하려 하는 빅딜은 해당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다”라며 “최근 이런 규모의 M&A를 각 규제당국에서 만장일치 승인을 해줄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무리해서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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