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택시 월급제를 재검토하면서 ‘주 40시간’ 근무 제한을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택시 월급제의 전국 도입에 대해 택시 업계 노사가 모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1년 내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최근 택시 근로자에게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의무화한 법이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국토부도 근로 시간의 유연한 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택시 월급제 2년 유예… ‘주 40시간 근무’ 사라지나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택시 월급제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며 관련 법률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가 1년 내로 준비해야 할 개정안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사업법)’이다.
택시 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의무화한 제도다. 기존 사납금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9년 8월 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서울 지역에서는 지난 2021년 이미 시행됐고 나머지 지역은 지난달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물론 택시기사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여야는 택시 월급제의 전국 도입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국토부가 지역별 택시업계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택시 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 방안을 1년 내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가장 먼저 ‘주 40시간’ 근무 기준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이 바로 ‘주 40시간’ 근무이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과 서울 유창상운 노조 등은 지난달 23일 일반택시 운수 종사자의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규정한 택시발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
청구인들은 청구서에서 “택시 운수 종사자의 고정급을 전업 근무 수준으로 보장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직업 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택시 월급제를 서울에서 먼저 시행한 결과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이전에 95%에 달했던 서울 택시 가동률은 현재 30%대로 떨어지면서 폐업이나 도산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처럼 수요가 비교적 많은 대도시에서도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지방의 경우 승객 수요가 훨씬 적고 택시 기사 공급도 부족해 경직된 임금 체계를 더욱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 “‘월급제’ 취지 살리면서 근로 의욕 높일 방안 필요”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면 택시 기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어든 데다, 배달업계로의 이직까지 겹쳐 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0만 명이 넘었던 법인택시 기사는 지난해 7월 기준 7만126명으로 감소했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강제하면, 고령자 등 장시간 근무가 어려운 사람들은 일할 수 없다”며 “현재 근로자들도 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택시 업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택시 기사들의 근무 시간을 직장인처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성실하게 일하는 기사와 근무 시간만 채우고 승객을 태우지 않는 기사가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성과자가 떠나고 저성과자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정책도 국토부가 주 40시간 근무제를 고집하지 않게 하는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정 브리핑에서 “노동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며 “근로 시간과 형태, 그리고 임금 구성 방식에 있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 40시간 근무를 배제하면 사실상 ‘월급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최저 임금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유연한 월급제’를 설계할 수 있다”며 “근로자가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근로 의욕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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