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기 내에서 한 승무원이 외국인 남성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사무장)가 강압적인 분위기로 폭행당한 승무원에게 비행을 강요하고, 사건을 덮기 위해 거짓 보고까지 한 정황이 포착돼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 객실 승무원 A씨는 지난 5일 오후 8시 40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던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서 20대로 추정되는 한 외국인 남성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항공기는 이륙이 임박해 승객 이동이 제한된 상태였다. 그러나 남성 승객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고, 승무원 A씨는 이를 제지하려다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귀걸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맞았고, 해당 장면을 목격한 승객들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매니저의 태도였다. 기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램프 리턴(회항) 후 해당 승객을 경찰에 인계하는데, 매니저 B씨는 A씨가 폭행 사실을 보고했음에도 “괜찮아? 램프 리턴 하고 싶어?”라고 물으며 회항 대신 비행할 것을 유도했던 것.
막내급 승무원이었던 A씨는 결국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괜찮다”고 답했고, 비행기는 그대로 이륙해 11시간 비행에 나섰다. 심지어 B씨가 담당구역 변경 등의 조처도 하지 않아 A씨는 비행 내내 자신을 폭행한 남성 승객이 있는 구역을 도맡아 서비스해야 했다.
B씨는 비행기가 LA에 도착한 뒤에도 미국 현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일이 커진다’는 이유로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몸을 가누지 못해 팔을 휘두르다가 승무원이 맞았다”고 회사에 거짓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의견은 묵살됐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른 승무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엄연히 항공보안 규정 위반이다” “승무원을 때린 지체 장애인을 얼마든지 다른 승객을 폭행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이 맞아도 목적지까지 가는 유일한 항공사로 기록될 것” “미국 같았으면 바로 구금시켰을 사안” 등의 의견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아시아나항공은 “피해 승무원을 비행 스케줄에서 제외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 중이다”라며 “해당 매니저 역시 비행에서 제외했으며 엄격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공항경찰대가 폭행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처분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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