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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버려진 치토스 한 봉지가 불러온 ‘나비효과’를 보고 나니 알량한 내 상식에 폭풍우 휘몰아친 듯 정신이 혼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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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마실 수 있는 미국 동굴 국립공원에서 치토스 봉지가 발견됐다. 공원 관리인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며 “스낵봉지가 인간의 눈에는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굴의 생명에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적었다.

치토스. ⓒ어도비스톡
치토스. ⓒ어도비스톡

뉴멕시코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페이스북 관리자는 지난 7일 공원 내 ‘빅 룸’ 동굴 속에 떨어진 빨간 치토스 과자 봉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스낵 봉지의 주인은 우발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동굴에서 발견된 과자 치토스 봉지.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페이스북
동굴에서 발견된 과자 치토스 봉지.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페이스북

그는 “동굴의 습도 때문에 부드러워진 가공 옥수수(과자 가루를 의미)는 미생물 생명체와 곰팡이가 서식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형성했다. 동굴 귀뚜라미와 진드기, 거미, 파리 등이 새로운 먹이 사슬을 만들고 곰팡이가 동굴 내외부로 더 퍼져나가면서 열매를 맺고 죽어 악취를 풍기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자 주변에는 기존 동굴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미생물과 곰팡이는 기존 동굴 생태계에 없던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동굴 관리자들은 동굴 표면에서 이물질과 곰팡이를 제거하는 데 20분이 걸렸다고 한다. 공원은 동굴 안에서 물 이외의 음식을 취식할 경우 동굴 안으로 다른 생물이 유입될 수 있는 점을 들어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공원 쪽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모두 어디를 가든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찾은 것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남겨두자”고 제안했다.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 내 빅 룸 동굴은 북미 최대 단일 동굴로 비교적 평평한 약 2㎞ 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수백만 년 전 황산이 석회암을 녹여 통로를 만들면서 동굴이 만들어졌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이 페이스북 글에는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주어진 것에 대한 좋은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공원에 가면 관리인들이 설명을 해준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냥 집에 있어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겨레 최우리 기자 / ecowoori@hani.co.kr

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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