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염과 건설업 부진이 겹치며 일을 쉬는 인구가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며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고용 통계에서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다. 최근의 고용률 증가와 실업률 감소가 ‘쉬었음’ 인구 증가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취업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농업·어업과 같은 1차 산업에 종사하는 고령층 근로자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폭염으로 인해 근로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찌는듯한 더위에 농어업·건설업 취업자 감소세 지속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취업자 수는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다만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전통산업의 취업자 수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이 대표적이다. 건설수주 둔화 영향으로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4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5월(-4만7000명), 6월(-6만6000명), 7월(-8만1000명)에서 8월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건설 경기가 침체한 데다 폭염 영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3만5000명 줄었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5만5000명 감소했다.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며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도 6만7000명 감소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전년 대비 4만명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조사주간 중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5.0일을 기록해 직전년도(1.2일)보다 크게 증가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청년층·고령층 가리지 않고 ‘쉬었음’ 인구 증가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연령계층별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모든 연령계층에서 늘었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4만5000명 늘어난 256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6% 증가한 수치다.
‘쉬었음’ 인구는 60세 이상(14만 5000명·15.0%)에서 가장 많았다.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5만 4000명·14.0%)에서도 ‘쉬었음’ 인구는 증가했다. 취업 의지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중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20대 청년 중 취업할 의사가 없는 경우가 75% 정도”라며 “처음부터 취업 의사가 없을 수 있지만, 일 경험 후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쉬었음’ 인구를 ‘취업 준비’ 등 다른 계층으로 전환하기 위해 청년·여성·중장년 맞춤형 경제활동촉진 방안을 포함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조 과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 “5조원 규모 건설투자 등을 통해 건설업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8월엔 쉬었음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중 ‘일시휴직자’도 크게 늘었다. 6월(41만5000명), 7월(46만2000명)에 이어 8월 일시휴직자는 74만2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55만7000명)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도 전년 동월 대비 203만7000명 늘어난 1571만9000명을 기록했다.
조 과장은 “추세적으로 단시간 근로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여성과 고령층에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조 과장은 “36시간 미만 근로자 중에서 추가 근로를 희망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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