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56일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10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주최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토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악수를 건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 토론 때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악수를 받지 않았다.
토론은 사회자 질문에 후보가 2분씩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경제와 사회, 국제, 정치 등 다양한 현안에서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경제·관세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의 경제 상황이 4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뒤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면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세기의 최악 공중 보건 전염병 △남북전쟁 이후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을 현 정부에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 중산층 자녀로 자랐고 이 무대에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를 실제로 도울 계획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도 타깃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전 미국인에 대한 ‘트럼프 부가세’”라고 꼬집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산층을 희생해 억만장자 감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적극 반박했다. ‘관세 때문에 물가가 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중국과 수년간 우리에게서 훔쳐 간 모든 나라들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녀(해리스)가 관세가 싫다면 없앴어야 했다”면서 재임 기간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하고 있고 그 덕분에 중국에서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가가 치솟았지만 “나는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 그들은(바이든 행정부)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외교
대선 정책 이슈 중 하나인 ‘프래킹(fracking)’을 두고도 충돌했다. 프래킹은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의 일종인 수압 파쇄법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지역인 필라델피아에는 프래킹 관련 일자리가 10만개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이에 대한 금지를 주장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해리스 부통령은 입장을 바꾼 이유를 묻는 사회자 말에 “제 가치관은 바뀌지 않았다. 저는 2020년에 프래킹을 금지한다고 말했다”면서도 “저는 부통령으로 프래킹을 금지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래킹 문제가 포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원 통과 시 자신이 당연직 상원 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다양한 에너지원에 투자해서 해외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역사상으로 가장 큰 폭으로 국내 석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외국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없다는 제 가치관과 관련된 접근법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12년간 (프래킹에) 반대해왔다. 그녀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프래킹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가 선거에 이기면 펜실베이니아의 프래킹은 (취임) 첫날에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 부문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밀월관계’를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를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이민·낙태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이슈와 낙태권을 두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국경 통제 임무를 맡았음에도 불법 국경 통과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지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보안법을 저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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