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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통제’를 담당하는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만든 HBM의 중국 공급을 통제하는 대중(對中) 반도체 추가 제재안을 검토 중이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전장의 승패는 우리가 오늘 개발하는 기술이 좌우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인공지능(AI) 가속기 가동에 HBM이 필요하다면서 “세계에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개 있는데 그 중 2개가 한국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동맹들의 수요에 맞도록 이러한 능력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의 협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조만간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어떤 권한을 사용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FDPR은 미국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한 외국산 제품에 대해 미국이 통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동맹을 위해 HBM을 만들라’는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과 관련해 “(HBM을 만드는) 3개 기업 중에 2개가 한국 기업이라고 하면, 너무나 우리에게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도 “이 단계에서 말씀 드릴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테베스 차관도 한국과 협력을 잘하고 기업들 문제에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했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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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베스 차관은 미국이 최근 양자컴퓨팅,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대중 수출 통제를 시작한 것도 거론하며 한국의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다른 여러 유사 입장국이 이런 품목에 대한 새로운 국가 차원의 수출통제를 이미 발표했거나 시행했고, 우리는 더 많은 국가가 그러기를 예상한다”면서 “우리는 한국도 곧 이런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에 새로운 수출 통제를 단행하면서 자국 수준의 수출통제 체제를 갖춘 국가에는 미국 정부 허가 없이도 수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는데 아직까지 관련 체제가 미흡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조만간 중국 등을 겨냥한 커넥티드카 규제를 발표할 방침인데, 한국 업체들과도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으며 적응을 위한 유예기간도 부여할 방침이라고 에스테베스 차관이 이날 밝혔다. 그는 규제 대상 품목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의 동력 체계(drive system)를 관리하는 부품 등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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