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요 시중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이다. 은행권이 인사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인선 절차를 마무리 지은 곳도 나왔다. 바로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박종복 행장 후임으로 이광희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을 내정했다.
◇ 10년 만에 리더십 교체
SC제일은행이 10년 만에 새로운 행장을 맞게 됐다. 박종복 현 행장은 지난달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8일 SC제일은행장에 올라 4연임을 거친 업계 최장수 CEO다.
10년간 회사의 성장의 일궈온 그는 내년 1월 초 임기 만료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박 행장은 퇴임 후에도 SC제일은행 고문으로 남을 예정이다.
그의 후임으로 이광희 부행장이 내정됐다. 지난 6일 SC제일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광희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오는 2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통해 차기 행장으로 선임이 확정된다.
이광희 내정자의 임기는 박 행장의 임기 종료 익일인 내년 1월 8일부터 3년이다. 그는 취임 전까지 인수인계 등을 받으면서 기존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순익 정체 해소, 고객 신인도 회복,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이 다양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SC제일은행은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거뒀다.
SC제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0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배상 추정액(969억원)을 일회성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한 것이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2분기엔 순이익이 크게 회복세를 보였으나 1분기 부진으로 전체 상반기 실적은 둔화됐다.
◇ 실적 정체 해소·리스크 관리 강화 숙제
여기에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부진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음에도 대출자산의 감소 여파로 상반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6,357억원에 그쳤다. 다만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었다. 소매금융그룹 자산관리(WM) 부문의 판매수수료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건전성 지표도 소폭 나빠졌다. 2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로 전년동기 대비 0.12%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 연체율은 0.33%로 같은 기간 0.15%p 올랐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부터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충당금 전입액 확대 등의 영향으로 작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바 있다. 올해도 순이익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SC제일은행은 올해 ELS에 이어, 티메프 사태에도 불똥을 맞으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에 도마위에 오른바 있다. SC제일은행이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사의 신용등급이 낮음에도 선정산 대출을 무리하게 늘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SC제일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99%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의 큐텐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46억8,0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빠르게 불어왔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영업방식 및 리스크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이 높았던 만큼 개선 과제로 지목된다.
과연 새로운 행장 체제를 맞게 된 SC제일은행이 새로운 도약이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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